"그동안 올리지 못한 세배드립니다" 큰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황해도 연백군에 살다가 1·4후퇴때 혼자 피난길에 올라 가족들과 헤어졌던 민경억씨(75)는 이날 북의 큰아들 종원(48), 2남 두원(40)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말끝을 제대로 잇지못했다.
민씨는『누이들은 어떻게 되었니』 『어떻게 살고있니』 『어려움은 없느냐』는 등 두아들의 등을 연신 쓰다듬으며 쌓였던 궁금증을 한꺼번에 묻기에 바빴다.
두아들은『그동안 올리지못했던 세배를 하겠다』며 아버지에게 큰절로 인사.
○…북측상봉자들은 22일에도 한결같이 잘살고 있다는것을 애써 강조했는데 37년만에 만난 이상순씨(62)의 북쭉 사촌형(65)은 『TV 등 온갖것을 다갖추고 배불리 먹으며 지내고 있다』고 판에 박은 자랑.
○…임륭의씨(48)는 1·4후퇴때 헤어진 4촌동생(임영남)과 35년만에 상봉, 임씨는 4촌동생이 『형님의 친동생인 륭조(46)와 정희(44·여)가 황해도장연군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자 『아니 내동생들이 6·25때 죽은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니 정말이냐』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4촌동생은 『형님의 옷차림을 보니 자본주의사회에서 잘살고 있는 모양인데 나도 평양체육과학연구소의 과장으로 남부럽지않게 잘살고 있다』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않았다.
○…40년만에 서울서온 남동생을 만난 김태순할머니(72)는 건강이 매우 좋지않아 보였는데 기자가 『어디편찮으냐?』고 묻자 옆에 있던 안내원이 『해방전에 산후조리를 잘못해 건강이 좋지않은데 지금 72살로 살아계시는건 그래도 우리 공화국의 의료시설이 잘돼있기 때문』이라고 노골적인 선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