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연만의 해후|이 행렬 끊이지 말아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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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분단 40년만에 고향을 찾는 행렬이 20일 남과 북을 이었다.
서울에서 평양으로가고, 평양에서 서울로 오는 이 역사적인 행렬은 남북 6천만 민족에게 무한한 감회를 자아낼 것이다.
이산가족 고향방문단및 예술공연단 행렬에 나선 이들은 남북 각각 l백여명에 불과하지만 그들 행렬에 실어보내는 남배동포들의 마음의 무게는 더없이 크고 깊다.
비록 그들의 인원은 한정되어있고 그들이 방문하는 지역도 제한되었으며 머무는 시간도 3박4일에 불과하지만 고향의 산하를 다시 찾는 감회는 6천만의 가슴에 울리고 3천리 강토에 번지리라 믿어진다.
그러나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을 북에 보내면서 생각되는 것은 인정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낄지언정 감상에 젖어 인사를 그르치지 않아야겠다는 것이다.
고향을 멀리 떠나있는 사람들의 향수는 무서운 열병보다 더 괴로운 것이다. 그러나 그 아픔의 원인인 현대적 장벽의 냉엄함을 깊이 통찰하여야겠다.
잃었던 고향,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는것처럼 감격스럽고 즐거운 일은 없겠으나 그 즐거움을 나만의것이 아니라 온겨레의 것으로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고향의 정과 가족재회의 감격이 뜨거울수록 그 감격의 열도를 식히고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서 근본적으로 겨레를 속박하고있는 난제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풀어갈 것인가를 생각해야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파토스적인 감상이 아니라 로고스적인 이성적 태도다.
남과 북에 흩어져 살던 이산가족이 40년만에 만난다는 그 사실자체가 감격스럽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그 감격이 소중한 것이지만 그 감격에만 안주해 냉엄한 현실을 보지못하면 더욱 비극적인 연명을 맞게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것이다.
해하의 싸웅에서 정우는 한군의 사면초가를 듣고 향수와 고독에 울면서 전의를 상실하고 자멸한 고사도 있다.
남달리 정에 유달리 감상적이라는 우리들로서는 냉철한 이성의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다.
그건 고향방문의 감격을 다만 이번 한번으로 그치게 하지않고 1천만 이산가족 전체가 향유할수 있게 하기위해서도 필요한 요건이다.
가족을 만나는 사람들이 단절되었던 사랑을 나누는 감격속에서 혹 자신과 가족의 아픔을 더욱 심화시키는 일이 없어야겠거니와 이념과 체제의 병에 치여서 민족통일의 대승적 목표에 손상을 끼치는 일은 서로 자제해야겠다.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의 첫 상호방문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게 남북간의 상호이해와 접근에 일보전진하는 계기가 될것이다.
그런 전진이 필연적으로 남북의 상호문호개방을 촉진하며 이해의 실마리를 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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