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팬의 테러에 스러져간 미국 샛별가수·일본 아이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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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그리미. [유튜브 캡쳐]

미국의 22세 여성 가수가 팬 사인회 도중 총격을 당해 숨진 사건이 발생해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미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The Voice)’ 출신의 신예 크리스티나 그리미에게 총을 겨눈 이는 케빈 제임스 로이블이라는 27세 백인 남성으로 신원이 확인됐다고 AP통신 등이 12일 보도했다. 로이블은 범행 직후 그리미를 쏜 총으로 자살했다.

로이블이 사망하면서 살해 동기를 놓고 경찰이 수사 중이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AP 등은 전했다. 올랜도 경찰서에 따르면 로이블은 사건 당시 총 두 자루와 사냥용 칼, 잡지 몇 권을 지니고 있었다. 경찰은 그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계정 등을 뒤졌지만 특별한 살해 동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있는 로이블의 집은 잠겨 있으며, 부모 등 친지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존 미나 올랜도 경찰서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그리미와 로이블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며 “현재로선 정신 이상자의 범행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미나 서장과의 인터뷰에서 “로이블이 그리미의 광팬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이 정신 이상자의 소행인지, 광팬이 벌인 참극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계획 범 행인 점만은 분명하다고 경찰 측은 밝혔다.

미나 서장은 “로이블은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범행을 위해 올랜도까지 왔다”며 “범행 후 다시 세인트피터스버그로 돌아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미를 죽이려고 작정한 듯 범행도 대담했다. 그리미는 10일 오후 10시께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플라자 라이브 극장에서 콘서트를 마친 뒤 사인회를 가졌다. 팬들과 일일이 악수 나누며 사인을 하고 있는데 로이블이 걸어 나와 그리미를 향해 총을 쐈다.

AP는 목격자를 인용해 “팬들을 헤치고 한 남성(로이블)이 그리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총격이 급작스럽게 발생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엔 수십 명이 있었다. 추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리미의 오빠가 곧바로 로이블을 제압해 막을 수 있었다고 AP가 전했다. 로이블은 그리미 오빠의 제지를 잠시 뿌리친 사이 자신을 향해 총을 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그리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지만 5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그리미는 2014년 ‘더 보이스’ 시즌 6에 참가해 3위를 차지했으며 수 백만 명의 팬을 거느린 유튜브 스타다. 미래가 촉망되는 샛별가수의 죽음에 미 유명가수들이 잇따라 SNS 등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더 보이스’ 코치를 담당했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그리미는 더 보이스의 아름다운 멤버였으며 진정한 파이터였다”고 애도했다. 마룬5의 애덤 리바인도 “그리미의 죽음에 가슴이 찢어진다”며 그리미와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여성 연예인이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일은 얼마 전 일본에서도 있었다. 지난달 22일 도쿄에서 아이돌 여가수 도미타 마유(20)가 팬이 휘두른 흉기에 목·가슴 등 약 20곳을 찔려 중태에 빠졌다. 선물을 되돌려 보낸 데 앙심을 품은 스토커 팬의 소행이었다. 마유는 사건 발생 뒤 17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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