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생의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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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군은 고대 서클연합회 회장으로서 이른바 운동권 학생입니다. 검찰의 신청에 따라 필요할 경우 소재파악이 안될 때를 대비해 미리 그 증언을 증거로 보전하겠읍니다』
11일상오 9시40분쯤 서울형사지법 제2호 신문실에선 고대시위때 국회의원 방문사건과 관련, 경찰이 신청한 고대생 이택봉군(23·국어교육4년)에 대한 신문이 이종찬 판사의 심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3∼4평 남짓한 신문실은 검사와 변호인간의 팽팽한 대립으로 금방 달아올랐다. 그러나 여느 법정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공방전은 아니었다. 여야 간에 첨예화된「위법여부」시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는「법률의 차원을 넘어선 법률논쟁」.
한시간 남짓 신문이 계속되는 동안 진술의 「정치적 의미」를 인식한듯 이군의 표정은 굳어졌다.
차분한 어조로 대답해 가면서도 힘겨워하는 모습은 숨길수 없었다.
운동권학생의 한마디 한마디에「정치마당」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곤혹스런 정치현실.
대화와 설득 대신 대립과 투쟁으로 젊음을 불태워야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정치인들은 무엇을 얘기해 줄수 있을 것인지.
신문이 끝나고 이군은 사복차림의 계호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제 증언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공정한… 공정한 보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대기해 있던 봉고차에 오르던 이군은 재삼「공정」을 강조하며 법원을 떠났다. <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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