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 100일] 과도통치委 최고 핵심 파차치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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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무소속민주주의연합'의장 아드난 파차치(80.사진) 박사는 최근 구성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위원 중 최고령자로 위원회의 사실상 지도자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그를 미국과 주변 아랍국, 그리고 이라크 국민이 모두 환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본다. 20여년간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그중 7년을 미국에서 근무했다.

1967년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이 정권을 잡자 2년 동안 역임했던 외무장관직을 사임하고 아랍에미리트로 망명해 셰이크 자이드 국왕의 수석고문으로 일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미 국무부는 그를 가장 '믿을 만한 이라크의 정치지도자'로 여긴다.

거기에 아랍민족주의를 부르짖으면서 과격한 정치운동에는 반대입장을 표시해왔다. 온건한 성향은 그에게 '이라크 내 정파.종파의 다툼을 중재할 적격자'라는 평가를 안겨줬다. 주변 아랍국가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7월 10일 바그다드의 만수르에 있는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정치력과 인기를 반영하듯 집에는 손님이 많았다. 앞의 인터뷰가 길어졌다며 그는 약속시간을 30분 넘겨서야 나타났다.

-과도통치위원회의 역할은.

"권한 문제를 놓고 군정 당국과 오랫동안 논쟁했다. 통치위원회가 이라크의 모든 일을 담당할 것으로 믿는다. 외교관 파견, 신임장 접수, 헌법제정, 임시장관 임명, 국제사회의 이라크 대표 역할 등 정부의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통치위원회 위원장은 결정됐나.

"아직 협의 중이다. 투표를 하거나 2~3명이 교대로 맡을 수도 있다."

-군정 임시행정처(CPA)와의 관계는.

"CPA는 통치위원회의 자문기관일 뿐이다."

-제헌의회의 구성은.

"가능하면 위원을 선거로 뽑아야겠지만 9월 말까지 조직하려면 시간이 없다. 통치위원회가 각 지방의 대표들과 협의해 구성할 것이다."

-향후 이라크의 정치체제는.

"입헌군주제는 시대착오적이고, 한국과 달리 동질성이 결여된 이라크에서 연방제는 국가의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군의 주둔은.

"과도정부가 구성되면 철수해야 한다. 그보다 먼저 떠나는 것도 바람직하다. 미군 자신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그다드=서정민 중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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