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형세를 낙관하는 한 칸 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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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4강전 2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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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보(101~115)=하변 3의 ‘한 칸 뜀’에는 형세를 낙관하는 커제의 마음이 실려 있다. 검토실에서 예상했던 A보다 한발 더 물러선 만큼 국면을 여유 있게 조망한다는 얘기다. 좌변을 밀어간 4는 선수지만 무겁다. 6, 8 역시 두텁다기보다 둔탁하다는 느낌을 준다. 검토실에서 ‘아무래도 이세돌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온 것도 백의 반면 운영에서 이세돌 특유의 빠르고 날카로운 행마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텁게(?) 지나쳐버린 수순 중 8로는 ‘참고도’ 백1로 뻗어두었으면 어땠을까. 다음 백3으로 연결하면 흑의 형태에 a, b, c 등의 약점이 남는데 실전은 어떤가. 9로 백 한 점을 가만히 잡아두는 정도로 흠집 하나 없이 연결된 흑의 형태는 절로 콧노래가 나올 만큼 기분 좋다. 상변 10~14로 흑의 실리를 제한했다고 하나 흑은 깔끔하게 안정을 취한 반면 백이 얻은 것이라고는 쓸모가 거의 없을 것 같은 상변에서 중앙으로 이어진 세력뿐인데 이 세력은 우상 일대 흑의 두터움 때문에 빛을 잃었다. 두터움을 활용할 공격대상도 없고 집을 붙이기도 어렵다. 좌중앙 쪽 15가 떨어져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졌다. 집은 부족하고 두터움도 뒤진다. 이세돌의 얼굴, 양미간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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