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앵무새 7마리, 해남 조류생태관에 둥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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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공룡박물관 내 조류생태관에서 사는 붉은이마 앵무새 ‘봄(왼쪽)’과 ‘쿠키’. [사진 해남군]

세계적인 희귀 앵무새들이 전남 해남군 조류생태관의 새 식구가 됐다.

뉴질랜드 서식 붉은이마앵무
불법 수입돼 작년 몰수된 새

해남군은 2일 “희귀 조류인 붉은이마앵무 7마리를 조류생태관에 들여와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조류생태관은 해남군 황산면 해남공룡박물관 안에 있는 시설이다.

볼과 이마 쪽에 난 빨간색 깃털이 특징인 붉은이마앵무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 따라 멸종위기 1급으로 분류돼 있다. 상업적인 목적의 거래가 국제적으로 금지돼 사고 팔 수도 없다.

주서식지인 뉴질랜드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붉은이마앵무가 시골의 조류생태관까지 오게 된 사연은 지난해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경부가 신고나 허가없이 수입·유통된 야생 생물에 대해 자진신고를 받던 중 한 소유자가 “붉은이마앵무 7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자진 신고했다. 이에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앵무 7마리를 몰수한 후 광주광역시 한 조류원에 맡겨 키워왔다.

영산강환경청 담당자는 앵무 7마리를 계속 조류원에 맡겨둘 수 없어 고민하다 조류생태관을 떠올렸다. 일반 상업시설이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곳이어서 공익차원의 인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영산강환경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조류생태관 이종태(44) 주무관은 지난달 20일 광주를 찾아가 앵무새 7마리를 인수해왔다. 이 주무관은 몸통 깃털색깔이 초록색인 앵무 5마리와 노란색인 앵무 2마리를 며칠간 훈련시켰다. 그 결과 초록색 한 마리와 노란색 한 마리가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잘 어울리게 됐다. 두 앵무에게는 각각 ‘봄’과 ‘쿠키’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앵무새들은 해남에 온 지 열흘 만에 백문조·카나리아 등 조류생태관에 있던 기존 8종 80여 마리의 새들을 제치고 인기스타가 됐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팔이나 어깨에 잘 올라가는 탓에 견학을 온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이 주무관은 “붉은이마앵무는 훈련만 잘 시키면 사람의 말과 노래를 잘 따라하는 종이라고 들었다”며 “7마리 모두를 조류생태관의 명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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