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터질 '영남권 신공항 입지 결정 폭탄'에 벌벌 떠는 새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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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유치 건설을 추진 중인 가덕 신공항 조감도.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이 목표다. [자료제공=부산시]

새누리당의 앞길에 또 하나의 내부 분열 악재가 등장했다. 바로 이달 말 정부가 발표할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다. 이 발표에 따라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주장해온 부산ㆍ경남(PK)과 밀양 신공항 건설을 추진해온 대구ㆍ경북(TK) 민심 중 한쪽은 여당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 민심을 대변하는 해당 지역 의원들도 당 지도부와 승리한 지역 쪽 의원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 분명히다.

실제로 1일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세연 의원과 조경태 의원 등 부산지역 의원들은 정진석 원내대표를 찾았다. ‘김해공항 가덕 이전 시민추진단’ 관계자들과 함께였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당 지도부가 가덕도 이전 쪽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PK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이 알려지자 TK의원들은 발끈했다.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부산이 왜 어깃장을 놓고 다니며 신공항 건설 문제를 당내 정쟁의 대상으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정치공세를 하면 부산(가덕도)으로 결정이 돼도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상황이 민감하다 보니 당 지도부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부산 의원들의 방문을 받고 곧바로 면담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면담을 마친 뒤에도 “저 분들(부산 측 추진단)이 양당을 방문하겠다고 오셨는데 저로서는 못 만나겠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나는 그냥 듣기만 했다”고 강조했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말 입지 발표가 나면 또 한번 당 분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갈등으로 4ㆍ13총선에서 참패했고,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를 놓고서도 새누리당 내부의 의견은 크게 갈리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신공항 문제까지 당 분열의 요소로 예고되면서 “당 정상화를 위한 길은 더욱 난망해지고 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우려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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