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바람’에 눈뜨기 시작한 여권 잠룡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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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남경필 경기지사·원희룡 제주지사(왼쪽부터)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방한으로 잠룡들이 눈을 떴다.”
(새누리당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

홍 사무총장의 말대로 ‘반기문 바람’이 지나가자 여권 잠룡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무소속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홍준표 경남지사ㆍ남경필 경기지사ㆍ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활동 재개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유 의원이다. 전날 ‘강연 정치’(성균관대 특강)를 통해 정치 활동을 재개한 유 의원은 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너무 오랜만이다. 사실 자주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저도 많이 아쉬웠다. 지난 몇달 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어제 오랜만에 성균관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제가 늘 주장해오던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 헌법가치를 말했다”고 밝혔다. 또 “공화주의 철학에 기초한 보수혁명을 해야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면서 전날 자신의 강의 동영상을 함께 올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내년 대선을 향한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복당 논의가 늦어지면서 ‘정치적 답보 상태’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잠룡 유승민’의 행보를 채근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은 민주당(더불어민주당)하고는 달라서 이념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일종의 이익집단”이라고 날선 발언을 했다. 하지만 홍 지사는 "내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대권 잠룡들이 슬슬 몸을 풀고 있는데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나는 경남도지사”라며 즉답을 피했다.

반 총장이 사실상 ‘조기 등판’함에 따라,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다른 잠룡들도 등판 시점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임박했다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중 남 지사와 원 지사의 임기는 2018년 6월로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지사직을 중도 사퇴해야만 한다. 반 총장 카드가 불발에 그치기 전까지는 운신의 폭이 그리 크지는 않은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경기도 연정 실험으로 3당 협치 정국에서 주목을 받았던 남 지사와 제주에서 평이 좋은 원 지사도 폭발력이 있어, 이들이 대권 레이스에 가세하면 대권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예 여권의 대선후보 레이스를 조기에 점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반 총장이 반드시 새누리당 후보가 될 지 불확실하고, 또 반 총장이 ‘아웃’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반기문 대망론의 여러 불확실성에 대비해 조기 대선후보 레이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김무성 전 대표도 지난달 31일 당내 비주류계인 김성태ㆍ정양석ㆍ이종구 의원 등과 만찬회동 하는 등 ‘식사 정치’를 하며 서서히 중앙무대 복귀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 또 이번 총선에서 석패한 오 전 서울시장도 ‘강연 정치’를 이어가는 동시에 당 혁신 작업의 물밑 지원을 시도하는 등 다시 움직이려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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