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수도·가스도 내진설계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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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부가 건축물의 내진설계 기준을 강화했다. 최근 일본 등지에서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진·강풍 등에 대응하기 위해 건축구조기준을 전면 개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지진·강풍에 견디게 건축기준 개정

건축구조기준은 건축물을 설계·시공할 때 따라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이 바뀐 건 2009년 9월 이후 7년여 만이다. 이번 개정에선 조명·광고판·유리창 등 건축물의 ‘비구조요소’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이 신설된 게 특징이다.

비구조요소는 유리창·가스·수도 등 건축물에 꼭 필요하지만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시설이 아니어서 그간 내진설계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지진 등으로 비구조요소가 파괴되면 인명피해나 화재 같은 2차 피해를 줄 수 있어 내진설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엄정희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예컨대 현재의 유리창은 건물에 꽉 맞게 끼워진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약간의 진동에도 쉽게 깨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유리창 최소 변이(유리창이 움직일 수 있는) 값을 두는 등의 설계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풍이 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독립벽체나 옥상구조물의 설치 기준도 강화했다. 지금은 옥상구조물 등의 설치 기준이 풍속 5㎧(초당 5m) 단위로 돼 있지만 개정안은 2㎧로 세분화했다. 또 병원·학교·도서관 등 일시적으로 사람이 집중될 수 있는 건물의 복도 사용하중은 1㎡당 300㎏에서 400㎏으로 강화된다.

이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세빛섬 같은 부유식 건축물과 케이블로 이뤄진 건축물 등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에 적용될 설계 기준을 마련했다. 엄 과장은 “지속적으로 기후·사회여건 등을 모니터링해 관련 기준을 정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도 이날 내진·나사철근을 국가표준(KS)으로 도입해 보급키로 하고 관련 기준을 개정 고시했다. 내진철근은 일반 철근과 달리 지진 등으로 인한 충격·진동에 잘 견디도록 설계한 특수 철근이다. 나사철근은 철근 끝이 나사처럼 생겨 이음이 간편하고, 기존의 철근에 비해 용접부위가 적어 열에 강한 게 특징이다.

황정일 기자, 세종=김민상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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