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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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글을 쓰는 이에게 있어서 오랜 습작의 과정을 통해 얻어진 확신은 고집(선의의)이되고 이 고집은 급기야 개성으로 통한다고 한다. 때문에 글을쓰는 이에겐 각기 다른 창작을 통해 새로운 개성의 세계를 열어야한다. 그러기에 각기 다른 독특한 맛과 빛깔을 지니고있게 마련이다. 다행히 이번 작품엔 그런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듯해 다행스러웠다.
단수로서의 네편이 모두다른 골격과 짜임새가 던지는 의미와 맛이달라 이난의 앞날을 밝게하고 있는듯했다. 정착되어 가는건 아닐는지-.
『고뇌』는 시조가 지닌 룰을 활용했으나 룰을 의식하지 않고 삶의 행로를 짚어보고 지은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그만큼 언어구사에 자유로와 보인다. 종장에선 <두손은 나는 시늉이다>라고 하여 허우적대는 삶을 암시하고 있다.
『삶』은 쉬운말로 이야기하듯 했는데 그것이 평안하게 우리에게 다가든다. 그만큼 상이 익었다는 말이된다. 그러나 조심스러운건 이같은 작품의 경우 안이성에 빠질 우려가 있으니 천착으로극복해야한다.
『가로수』는 꽤나 애쓴 작품이란걸 쉬이 알수가있다. 신음의 실을 뽑아 <조각난하늘 사이를 새순 대고 꿰맨다>로 끝맺음을 하고있어 사고와 시각의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여기엔 새로움을 발굴하려는 부단한 노력의흔적이 엿보이고 있다. 이주일의 가작.
『요샛말』은 요즘의 시사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야말로 시는 어떤 의미로보면 언어조립의 극치라 하겠는데 말을 젖히고 뒤집으며 <아무도 길 못들이는 고삐풀린 요샛말>로 묘미있게 압축하고있어 능한 기교를 보게한다.
『잠』은 요즘같이 더운 날씨엔 누구나 뒤척이는 불면을 체험하게 되는데 여기에 자기의 사상과 영혼을 담아보려 하고 있다. 큰 무리가 없는것은 장점이고 독특한 자기의시각이 적은 건 흠이 될 것이다. 더욱 큰 고뇌를 극복하시길. <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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