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선생님이 학생되어 "새것"을 배운다|영어교사80명, 유네스코서 3주간 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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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여름낮 방학도 없이 현직 영어교사 80명이 과밀학급의 수업현장을 재현했다. 그중 한명이 교사가 되고 나머지 79명의 교사가 학생이 돼 영어공부가 한창이다.
지난달30일 하오2시 경기도이천 유네스코청년원 회의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미국위스콘신국제교육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달 15일부터 2일까지 마련한 「유네스코 하계영어교육과정」에 참가한 전국의 중학교 영어교사들이 3주동안 배운것을 실습하는 현장이다.
섭씨35도를 넘어선 바같기온에 아랑곳 없이 그 표정이 진지하고 수업도 열의에 차 있다.
교단에 선 김남훈교사(서울홍은중)는 동작과 표정을 계속 바꿔가며 설명하느라고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오늘 과목은 제6과 「영리한 농부」(Clever Farmer). 김교사는 영어단어 「too」와「to」「two」의 뜻과 발음의 차이를 열심히 설명한다.
한 학생 (동료 정모교사)이 앞으로 나와 칠판에 쓴 영어문장에 엉뚱한 답을 써놓고 내려가자 교실에선 폭소가 터진다. 이에 『저요』하며 손을 들고 나온 다른 학생(동료 고모교사)도 또 틀린 답을 적는다.
이에 김교사가 학생들을 나무라면서 올바른 답을 가르쳐준다.
김교사가 선보인 이번 영어교육의 특징은 완전한 영어수업. 20분동안의 시범수업에서 우리말은 단 한마디도 없다. 중학생이 알아들을수 있는 쉬운 영어표현과 동작, 표정으로 가르친다.
김교사의 시범강의가 끝나자 수업을 받던 학생들이 이제는 동료교사로서 날카로운 비판을 해댄다. 그것은 곧 3주동안 교육받은 새로운 영어교수법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이기도하다.『정말 바람직한 수업방법이긴 하지만 한반에 70∼80명씩의 우리네 학급교육현장에서는 잘 먹혀들지 않습니다. 사실 지금 수업에서도 불과 십여명의 학생에게만 선생님의 개별지도가 미칠 수밖에 없지 않았습니까.』
김덕중교사(전남 장성북중)의 지적이다. 『그렇습니다. 이번 연수에서 배운 것중의 하나가 게임위주의 수업방식으로 학습흥미를 돋우자는것인데 70여명의 학생을 45분동안에 어떻게 그런 방법으로 지도할수 있을까요.』
조병하교사(경기 성남서중)도 이렇게 말하며 과밀학급의 해소가 가장 큰문제라고 지적한다.
날씨보다도 더 열띤 토론은 계속 진행돼 이제까지의 현장영어교육의 문제점에까지 이어진다.『지금까지의 우리가 가르쳐온 영어교육이 얼마나 기계적이고 죽은 영어였던가를 실감했읍니다.』
이연승교사 (서울구로중)의 말이다.
이어 미국인교사팀의 인솔자인「패트리셔·먼로」교사는『어휘나 문법실력은 대단한데 말이 잘 안되더군요』라고 한국영어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방학이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는 옛말이란게 요즘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이다. 방학도 없이 뜨거운 각종 연수와 교육의 현장에서 흘리는 교사들의 땀은 개학과 함께학생들에게 이어져 알찬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빨리 개학이 돼 교단에 섰으면….』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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