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업무방해 해당 안돼

중앙일보

입력

'위력(威力)'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업무방해'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 9단독(이주연 판사)는 공사장 진입로에 이불을 깔고 차량 진입을 막은 혐의로 기소된 A씨(83·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9일 오전 8시 대전 대덕구의 한 다세대주택 신축 공사 현장 진입로 바닥에 이불을 깔고 앉았다.

A씨는 이날 오후 4시까지 약 8시간 동안 혼자 공사 차량의 진입을 막았다. A씨는 6일 뒤에도 같은 방법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 동안 주택 신축 공사 업무를 막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A씨에게 적용된 업무방해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僞計)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에 해당한다. 법원은 위력에 대해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경제·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이 이에 포함되는데 A씨는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83세의 여성 노인이었고 피고인이 앉아 있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건축주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세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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