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잘 받았습니다’ 감사 편지 받은 감사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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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종합감사(監査)에 대한 직원들의 불편·불만사항이 단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얘기 잘 들어주고 여직원 배려”
광명시 전공노 지부장이 보내

한담구 전국공무원노조 광명시지부장이 경기도 백맹기(50) 감사관 앞으로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편지는 A4 용지 3장짜리로 광명시 감사가 끝난 뒤인 지난 20일 우편으로 배달됐다. 감사를 받는 기관, 그것도 공무원노조 지부장이 감사관에게 ‘감사를 잘 받았다’는 감사(感謝) 편지를 전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광명시 감사는 4월 25일~5월 4일 진행됐다.

한 지부장은 ‘백맹기 감사관님께 드리는 감사의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감사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많아 우리의 애로사항을 전달했는데 모두 들어주고 실천해 줘 감사하다”며 “특히 임신한 여직원에게는 부드러운 언행과 세심한 배려, 민원 처리 업무에 바쁜 직원들에게는 감사예약제를 실시해 편안한 감사가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도민(기업) 애로사항 접수·해결을 위한 밴드 운영, 사전 컨설팅 감사 및 적극 행정 면책제도 등은 전국적 모범 사례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지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의 감사는 권위적이고 지적과 건수를 잡으려는 감사를 위한 감사였고, 죄인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며 “직원들이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해 그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백 감사관은 “감사를 받는 직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우리 직원들도 ‘피감기관이 물과 과자를 제외한 식사와 간식은 제공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자고 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냈고 그것을 실천했을 뿐”이라며 “직원들이 너무 잘해 줘 편지를 받게 된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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