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존재조차도 생각 못했던 알파고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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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4강전 2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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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22~37)=하변 22 다음 흑의 한 수. 실전 23이나 상변 A의 곳 또는 우변 37 근처를 생각했다면 정상급 프로의 감각이다.

24로 압박했을 때 흑B로 전개하지 않고 하변을 크게 씌운 25는 어떤가. 검토실에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하 일대의 흑 세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있지만 좌변 24로 압박했을 때 흑B의 전개가 너무나 당연한 수로 보였기 때문이다.

기묘한 느낌. 당연히 전개해야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외면하고 다른 요처를 선행하는 이런 수법이 어쩐지 눈에 익지 않나? 맞다. 이때는 존재조차도 생각하지 못했던 ‘알파고’가 이세돌을 당황시켰던 그 수법이다.

커제는 이 장면이 포석의 기로라고 생각한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좌변 23의 안정보다 우하 일대 흑 세력의 입체화라고 판단한 것이다. 좌변은 백 세력을 갈라놓은 것으로 만족한다. 언제든 흑B로 안정할 수 있고 설혹, 백이 먼저 압박해오더라도 중앙으로 가볍게 뛰어나갈 수도 있다.

반면, 흑이 이렇게 우반부의 세력화를 표면으로 드러내면 백도 수수방관하기 어렵다. 우변 26, 28로 뛰어나간다. 29가 절호의 들여다보기. 27의 우상 일대 입체화가 안성맞춤이라 계속 ‘참고도’의 진행이면 백이 좋을 게 없다. 결국, 30부터 36까지 우변의 삶을 택했는데 37의 관통이 아프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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