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임기 뒤 역할 결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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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포럼 온 유엔 사무총장, 대선 출마 시사
“통합 위해 자기를 버리는 솔선수범 지도자 필요”
박지원 “외교관 용어로 가장 강한 출마 표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언론인 모임 관훈클럽 임원진과의 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유엔 패스포트(여권)를 갖고 있었지만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며 “그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해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포럼 참석차 이날 오후 입국한 반 총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을 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자생적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제가 인생을 헛되게 살진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는 것이란 생각에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다만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언질을 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 끝난다.

특히 그는 ‘대통령에 나서기엔 고령(72세)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1948년 이승만 대통령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자연수명이 15~20년은 차이 난다. 미국 대선 후보들도 70세, 76세”라며 “한국 같은 선진사회에선 체력 같은 것은 별문제가 안 된다”고도 말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발언과 관련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외교관이 쓰는 용어치고 이보다 강하게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용어가 어디에 있느냐”며 반 총장의 대선 경쟁력에 대해선 “그건 지금 말할 입장이 아니고 앞으로 잘 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중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여러 분열된 모습을 보여 주고 해외에 보도되는 걸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며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 통합을 위해 자기 자신과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방문 의사를 묻자 “고위급 간에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며 “남북 간 대화채널을 유지해 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전영기 기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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