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들을 청(聽), 들을 문(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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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퇴임 회견을 했습니다. 임기를 나흘 앞두고서입니다. 그는 10년 후 대한민국을 걱정했습니다. 자신이 몸담은 정치 때문에 생기는 걱정이랍니다. 개헌 논의도 촉구했습니다. 명분은 87년 체제의 극복이고, 실질은 소선구제의 개선입니다. “이런 정치를 두고 떠나면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으니,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얘깁니다. 중도 세력의 빅텐트가 되겠다고 했으니, 큰 꿈도 꾸는 듯합니다.

정 의장이 정치권에 던진 숙제도 있습니다. 365일 청문회가 가능한 ‘정의화 법’입니다. 호통만 치는 국정감사에 시달려 온 관가의 공무원들은 걱정이 큽니다. 청와대는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도 거부권 행사는 가능하다”며 어깃장을 놓습니다. 지금 같은 국감을 365일 하겠다는 것이라면 반대가 당연합니다.

그런데 청문회를 1년 내내, 아니 하루에 20회 이상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미국입니다. 제대로 답할 실무자를 부르고, 중복되는 질문은 피하고, 충분히 듣습니다. 국회의원 1명이 실무자 1명과 하는 청문회도 있습니다. 두루뭉술한 주제의 청문회는 할 수도 없습니다. 청문의 근본 뜻인 '들을 청(聽)' '들을 문(聞)'을 실천하기만 한다면 정의화 법을 반대할 이유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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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기자들이 따라다닌 분도 있습니다. 대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몰리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입니다. 오늘부터 5박 6일간 한국에 머뭅니다. 오늘은 관훈클럽 간담회, 제주포럼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내일은 국무총리 면담, 모레는 정치 원로들과 만날 예정이랍니다. 같은 충청 출신인 김종필 전 총리와 만날지 주목됩니다. 29일엔 안동, 30일엔 경주를 갑니다. 반 총장의 속을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큰 뜻을 가지고 있다면 이번 방한은 열심히 듣고, 또 듣는 청문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옥편을 보니 청(聽)과 문(聞)에는 '듣다'는 뜻 외에도 '살피다''깨우치다'는 뜻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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