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논쟁」이 없다| 젊은 문인들, 「조용한 문단풍토」 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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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우리문학에 논쟁이 보이지 않고있다. 같은 문학이란 대상을 두고 사람마다, 시대에 따라 생각이 다를수 밖에 없는것은 세계와 삶에 대한 해석이 늘 달랐던 데에있다. 우리의 문학현실을 두고 전개되어왔던 문학논쟁은 때로 논점이 흐려지고 인신공격적인 것으로 타락해간 일도 있지만 우리문학의 키를 한층 높여주었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80년대에 들어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문학의 여러 양상은 그 이념이나 실제 작품을 두고서 많은 선의의 논쟁을 가능케하고 이를 통한 우리문학의 발전이 기대될수 있었다. 그럼에도 논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평론가 K씨는 이러한 현상을 시대상황과 결부시켜보고 있다.
그는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이 논쟁으로갈 경우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일종의 흑백논리로 기울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의식이 문단에 깔려있다』고 보았다.
이같은 정직성에도 불구하고 논외(논쟁으로까지 꼭 진전되어야 하는것은 아니라고 본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보는 젊은 문인들은 많다.
시인 장석주씨는 『언어의 세계』(무크지)에 최근 문학의 흐름에 대한 글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민중문학·시민문학·순수문학등 다양한 주장들이 한번 논의를 거쳐 정리되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문학은 순수·참여를 중심으로 한 많은 논쟁이 있었다. 47년 시집 『의번』을 두고 김동리·김범규씨등이 벌인 순수문학논쟁이 해방이후의 첫논쟁이었다. 4·19직후 김동리 대 김우종, 김동리 대 이어령의 논쟁은 참여론과 순수론의 대결이었다.
『사상계』가 마련한 「4·19와 한국문학」이란 좌담이 근원이 되어 패중서·염무웅·임헌영·최일운씨등이 리얼리즘 논쟁을 벌였다.
78년 김동리씨의 「한국문학이 나아갈 길」이라는 강연을 통해 문학의 순수성과 사회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김동리·임헌영·염무웅·홍기삼씨등이 논쟁에 나섰고 백철·윤재량씨등이 중간입장에서 개입하여 논쟁을 마무리했다.
이논쟁에서 김동리씨는 순수를, 기타 인사는 참여쪽을 지지했었다.
이 같은 논쟁들은 세계와 삶에대한 해석의 차이, 생각의 차이를 견주어 보고 자기를 검증한 것으로서 그 시대의 문학의 문제를 집약시켰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최근 『우리문학의 논쟁사』라는 책을 엮어낸 시인 홍신선씨는 『논쟁은 구체적 개인과 개인의 맞부딪침이란 점에서 세속적이고 야비한 면을 띠기는 한다. 그러나 우리문학의 흐름에서 중요한고비나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싸움이 있어왔다』고 말하면서 논쟁을 통해 우리 근대문학의 흐름·성격을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80년대에 태동한「무크」지·동인활동등을 통한 다양한 문학활동은 다 나름대로의 문학적 이념과 실천을 가지고있다. 특히 젊은 문인들의 활동은 뚜렷한 방향을 지니고있다. 이들의 생각들이 서로를 검증하는 자리가 필요해졌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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