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행의 타이밍과 감각에 대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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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4강전 2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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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12~22)=상변 12는 대세의 요처. 계산이 불가능한 초반 포석은 프로에게도 어렵다. 포석의 시기에서도 최선의 착수효율을 계산해내는 인공지능(AI)의 존재가 있긴 하지만 이때는 ‘알파고’ 같은 괴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니까. 우하귀 13은 확실한 선택. 제압해두면 계산이 가능해지고 그런 확정의 영역을 상대보다 많이 확보하면 이기는 게임이 바둑이다.

물론, 우하귀 백이 이대로 완벽하게 잡힌 것은 아니다. 언제든 ‘참고도’ 백1 이하로 움직이면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 중요한 건 언제 사느냐 하는 타이밍, 백의 삶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다. 살기만 하고 주변을 모두 흑의 영역으로 굳혀준다면 생불여사(生不如死), 죽은 것과 다르지 않은 삶으로 전락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좌하귀 쪽 14의 굳힘은 침착한 정수. 굳힘을 통해 우하 일대 흑 세력의 준동을 지켜본다.

길게 시간을 들이지 않고 어깨를 짚어온 15에 프로들의 감탄이 쏟아진다. 호방하고 멋진 감각이지만 자칫하면 실속없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17부터 21까지, 젊은 패자의 기세가 충만한 진행이다. 22는 급소. 실리로도 작지 않지만 우하 일대 흑 세력의 확장을 견제하는 의미도 담고 있는데 다음 흑의 한 수는 어디일까?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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