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고미술품에 홀린 경제학자…컬렉션의 A to Z를 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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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름다움
김치호 지음, 아트북스
360쪽, 3만원

두툼한 이 책을 효율적으로 독파하는 방법은 뒤부터 읽는 것이다. 지은이 스스로 저술의 목적을 마지막 장에 밝혔다. “고미술 컬렉션으로 가는 미로로 독자들을 유혹하고, 그 길에서 방황하며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아두는 것이 이 책의 간절한(?) 의도였다.”(358쪽)

대담하면서 절실하다. 고미술 컬렉션이 뭐 길래 사람들을 이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은 욕망이 늘 꿈틀거린다고 고백하는가. 고미술 사랑에 들려서 25년여 넘게 중년의 열정을 쏟아 붓고도 여전히 안달복달하고 있다고 털어놓는 이 사람은 김치호(62)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다. 본업을 제쳐놓고 고미술계를 서성인 속내를 그는 “오래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긴 여정,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라고 푼다. “풀지 않으면 안 되는 번뇌의 덩어리”라고 표현할 때는 거의 신앙의 경지에 이른 듯 보인다.

김치호 교수는 고미술 컬렉션의 A부터 Z까지를 경제사회 변동의 맥락에서 해석해가면서도 영혼을 자유롭게 하려는 컬렉터의 염원, 그 초심을 잊지 말자고 독려한다. 갖은 술수와 타산이 횡행하는 고미술시장은 거칠고 위험한 진흙 펄이지만 고미술품은 거기서 피어나는 연꽃이라 비유한다. 컬렉션 인생은 길어야 4,50년이지만 컬렉터는 고미술품 수집으로 1000년, 2000년의 삶을 누린다. 김 교수가 꼽는 컬렉션의 힘이다.

예비 컬렉터를 위해 지은이가 책 곳곳에 뿌려놓은 정보는 경제학자의 시각인 만큼 쓸모가 많다. 무질서하고 정체되어 있는 듯 보이는 고미술시장이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리 고미술품의 거래 물량이나 가격 수준은 빈약하고, 그런 현상을 봐야해 심기가 불편하다면서 이렇게 조언한다. “컬렉션에 대한 눈높이를 처음부터 좀 더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큰 틀에서 안목을 가진 컬렉터들이 지향하는 컬렉션 가치와 시장 거래의 흐름을 눈여겨보고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흐름을 꿰뚫어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334쪽)

고미술에 홀린 경제학자는 정의한다. “컬렉션은 제2의 창작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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