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부여팔경-정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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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낙화암 깃든 두견 천년토록 잠 안자고
꽃넋들 맺힌 그 한 진달래로 뱉어 내는
고난사 새벽 종소리며 봄은 그저 남았다.
여름
명주꾸리 몇 개 잠길 쪽빛 물에 발 담그고
수북정 자온대가 이내 속에 일렁이면
규암진 돌아오는 돛배 나비처럼 예쁘다.
가을
부소산 저문 비로 송월대에 단풍 익고
구룡평 내려앉는 기러기야 예대론데
대왕포 그날의 가락 흰 구름이 가볍다.
겨울
오층탑 남겨 둔 채 정림사는 가 버리고
가마귀 붉은 노을 숨을 죽여 겨울 살고
백마강 잠긴 달이여 내 노래여 은물결이여.

<약력>
▲1927년 충남 부여군 은산면 출생 ▲65년 서울신문신춘문예 시조당선▲현 경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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