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안빠지는 "초현대식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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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에그머니나.』
한 중년부인이 무심코 발을 내디뎠다가 기겁을 하고 발을 빼려 했으나 다른 한발도 이미 물속에 잠긴 뒤였다.
『아이구머니, 이런 놈의 시장이 어디 있어요..아예 물속에서 생선을 팔지….』 『아주머니,소용없어요.그냥다니세요. 집에 가서 씻는 수밖에 없어요.』
체념 끝에 벌써 익숙해진 듯 시장바구니를 든 젊은 부인이 슬리퍼를 신은 발을 들어보이며 웃었다.
젊은부인은 바지자락을 정강이까지 걷어올리고 있었다.
서울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안 수산시장. 안쪽에선 인부들이 군데군데 설치된 맨홀근처 시멘트바닥을 망치로 까부수고 있었다.
『아, 물이 안빠져서 바닥에 고랑을 내는거 아네요. 원, 눈들이 멀어도 유분수지 하루종일 물을 끼얹는 수산시장바닥을 방바닥처럼 평평하게 까는 사람들이 어딨어.』
한 인부가 일 같잖은 일에 화가 났던지 내뱉었다.
1만2천여평이나 되는 초현대식 시장바닥은 가로·세로로 난 통로바닥에 뒤꿈치까지 차오르도록 하수가 차있었다. 뒤로 늘어선 가게마다 생선에 끼얹어대는 물들이 평평한 바닥 때문에 미처 빠지지 않고 괸 하수는 생선비린내에 썩은 냄새까지 풍겼다.
지난달 19일 개장한 수산시장은 매일같이 주부고객들의 비명 (?) 이 계속되며 성업중이다. 초현대식의 외양과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내부의「하수통로」를 보면서 우리의 수준은 과연 어느 쪽인가를 생각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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