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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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뉴 푸어」라는 말이 있다. 영어의 「new poor」에서 비롯된 말이다. 신빈곤이라고 할까.
지난해 일본의 유력 광고회사인 박보당생활종합연구소가 「뉴 푸어 조사」라는 것을 했었다.
일본사람들이 말하는 「뉴 푸어」는 이미 「빈곤」수준은 벗어난 산업사회에서 볼 수 있는 신형「빈곤」이라는 시각에서 평가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빈곤」을 세가지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 기준이 재미있다. 첫째 「푸어」(빈곤)층은 『여유가 없는 진짜 빈곤』, 둘째 「밸런스드 푸어」층은 『비곤하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 변통(변통)이 가능한 빈곤층을 말한다. 세째는 바로 「뉴 푸어」 층이다. 가난한 것은 결코 아닌데,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 그룹이다. 말하자면 「의사빈곤」층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중류의식을 갖고 있다는 일본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좌표를 물어본 설문에서 「푸어」층이 6.3%, 「밸런스드푸어」층이 7.5%, 「뉴 푸어」층이 52.2%로 나타났다.
나머지 34%는 『이만하면 여유가 있지!』라고 말하는 「뉴 리치」 그룹이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만은 한결같이 행복하다는 쪽이다. 『아주 행복하다』, 『그만하면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80%나 되었다. 그중에서도 여성쪽은 행복의 감도가 남성보다 8%나 높다.
물론 20대의 「멜랑콜리」(우울한)는 여전하지만 30대 위로 올라갈수록 행복감도 상승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쪽의 「빈곤감」과는 대조적으로 여성쪽에 「밸런스드 푸어」층이 많은 것은 인상적이다.
무슨 변통을 내서라도 가계를 꾸려간다는 여장부의 자세들이다. 이런 주부들일수록 세상 사는 보람도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어머니합창단」 「어머니 발레」 「주부대학」 「주부문화센터」 등으로 자기 시간을 보낸다. 사는 것이 무료하거나 건조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까이 우리나라 주부들은 어떤가. 중앙일보의 주부의식조사를 보면 34%의 주부들이 「단조로운 생활의 되풀이」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단조로운 생활에 불만을 가질 정도면 「푸어」층은 아니고 「뉴 푸어」층에 가깝다. 일본의 「뉴 푸어」 52%에 미치지는 않지만 34%면 적지 않은 비율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주부문화」를 생각할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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