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개신교 일각서「교회 상」재정립 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오늘의 한국교회는 가난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교회는 이제 도덕적 순결성을 시급히 회복, 상실한 교회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려야한다.』기독교 신·구교일각에서 제시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회상이다.
천주교 서울교구 사목국과 개신교 장신대 15기 동문회는 최근 평신도 심포지엄및 교회경신 세미나를 갖고 각각선교 3세기, 선교 2세기에 접어든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선교좌표를 이같이 제시했다.
두모임이 진단한 오늘의 교회 문제점은 이기적인 자기중심의 신앙형태와 진정한 의미의 개혁 부재였다.
양한모 크리스천사상연구소장은 평신도 심포지엄에서 『그리스도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면 권력의 장식을 벗어 버려야한다』고 강조하고 『권력의 장식을 벗는일이야말로 오늘의 한국교회가 직면한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가난의 정신으로 충만돼 있을때 약동하는 생명력을 발휘했고 구원의 교회로서의 자기사명을 완수할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의 가난이란 단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적인 교회나 가난한 사람들로 구성된 교회가 아니며 가난한 사람들속에 함께있는 공동체적 교회를 뜻한다』고 말했다.
양소장은 이어 『교회가 부분적으론 권력에 타협하고, 또 부분적으론 신앙을 지킨다면 교회에서 선포하는 「말씀」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이 될수없다』고 경고하면서 선교 3세기를 맞은 한국 천주교회는 현실사회안의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과 하나가 될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이같은 교회의 선교사명 완수는 교회가 스스로 가난의 모습을 되찾았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회정신 세미나는 오늘의 교회현실을 『복흥은 있으나 진정한 의미의 개혁은 없다』고 비판하고 우선적인 교회쇄신 목표로 「교회 안의 청빈성」과 「내면적 성숙」을 제시했다.
서정운 목사(장신대 교수)는 세미나 주체발표에서 교회의 질적 성숙을 강조, 『오늘의 한국교회가 그 수량만큼 실체적인 권능을 지니지 못한것은 신앙의 내면적 미숙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면한 또 하나의 교회쇄신 과제로 비대해진 교회를 영적 공동체로 전환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교회의 제도화는 상하의 조직문제를 야기하고 교회의장이 되면 영예와 지위를 얻게됨으로써 교인답지못한 부정부패행위가 생긴다는 것이다.
신·구교가 각각 선교 1백주년과 2백주년을 맞아 거듭 반성의 과제로 제기했던 교회의 물량주의·사치화·귀족화문제는 교회 본연의 청빈성과 도덕적 순결성을 회복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한국교회의 갱신은 이제 교계안팎 모두가 갈망하는 과제다. 진정한 그리스도의 삶을 오늘의 구체적 현실속에서 증거해 보일수 있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좌표가보다 폭넓게 논의돼 공약수를 담은 확신의 「신앙고백」과 「신학선언」으로 나와야겠다. <이은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