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의 세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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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설>「로마노프」의 몰락은 지난3월 그의 정적으로 알려져온 「고르바초프」의 집권직후부터 예상되었던 일이다.
새로운 세대의 기수를 자처하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동서문제나 경제개혁 등 그의 야심에 찬 정책을 펴나가기에 앞서 우선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는데 착수, 「안드로포프」시절부터 권력다툼을 벌여온 대표적 라이벌을 제거한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친정체제 강화작업은 이미 지난4월부터 시작되어 「예고르·리가초프」(64), 「빅토르·체브리코프」(61), 「니콜라이·리즈코프」(54)등 이른바 「고르바초프」의 사람들이 대거 정치국원에 기용됐다.
이중 「리가초프」는 최하위 당 서기직에서 2계급이나 특진, 크렘린의 2인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로마노프」의 자리를 차지한「셰바르드나제」(57) 또한 부정척결 정책으로 인정을 받은 「고르바초프」의 충복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권력구조 개편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새로운 인물들이 대부분 「고르바초프」(54) 와 비슷한 50대 중반 또는 60대 초반으로 과거 70대가 차지하고있던 집권층에 확연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면에서 「로마노프」와 함께 「고르바초프」를 견제해온 것으로 알려진 「빅토르· 그리신」(70·모스크바 당제1서기)이나 이미 사임 뜻을 밝힌 수상 「니콜라이·티호노프(79), 그리고 30여년간 외상직을 맡아 오고있는 「안드레이·그로미코」(75)등도 멀지않아 「과거의 인물」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크렘린의 킹 메이커」로 불리던 이들 노장파 3명마저 물러나는 경우 현재 13명의 정치국은 완전무결하게 「고르바초프」의 손으로 넘어가 그가 자신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데 큰 뒷받침이 되는 것은 물론 「안드로포프」나 「체르넨코」이전의 지도자들처럼 장기집권의 기만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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