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전락한 청야니…"멘탈이 아닌 스윙에서 문제를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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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샷을 할 때 마다 아마추어처럼 악성 슬라이스가 났다. 경기 내내 아주 침울해 보였다. 라운드를 마친 뒤 ‘템포를 부드럽게 해보라’고 했더니 그나마 다음날은 좀 나아졌다. 그래도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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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니(27·대만)와 함께 동반 라운드를 했던 한 선수가 전한 말이다. 한때 '골프 여제' 로 불리던 청야니가 수렁에 빠져 있다. 안니카 소렌스탐(46·스웨덴)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됐던 청야니가 망가진 건 뉴스가 아니다. 2012년 이후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더니 요즘은 아예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다.

올해 청야니의 평균 스코어는 74.43으로 146위다. 조건부 시드 선수들을 빼면 사실상 꼴찌다. 평균 타수 1위(69.28)인 리디아 고(19·뉴질랜드)에 라운드 당 5.15타나 뒤진다. 4라운드로 치면 20.6타나 차이가 난다.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46.4%로 155위다. 전체 선수 가운데 최하위다. 드라이브 정확도가 50%도 안 되는 선수는 청야니가 유일하다. 올해 드라이브샷 난조인 미셸 위(55.1%, 152위)보다도 저조한 기록이다. 그린 적중률도 56.9%로 155위, 역시 최하위다. 쇼트게임까지 덩달아 나빠졌다. 벙커샷 파세이브율은 33%(124위)에 불과하다. 상금랭킹은 125위로 바닥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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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니는 지난해까지 일곱 시즌 동안 1033만 달러(약 121억원)의 상금을 벌었다. 연 평균 상금이 148만 달러(약 17억원)다. 올 해 10경기에서 번 상금은 그의 1%도 안 되는 1만4228달러(약 1666만원)다. 올 들어 28개 라운드에서 언더파는 딱 두 번 기록했다. 60대 타수는 한 번도 못 쳤다.

청야니는 2010년에서 2012년 초까지 전성기를 맞았다. 2011년엔 7승을 거두면서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 그러나 2012년 중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3년 상금랭킹 38위, 2014년 54위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21위로 올라서면서 반등하는 듯 했지만 올시즌엔 다시 헤매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그는 새로운 스윙 코치와 트레이너, 심리학자를 고용했다. “올림픽에 맞춰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야니는 올림픽에 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야니의 세계랭킹은 58위다. 대만 선수 가운데 캔디 쿵, 테레사 류에 이어 3위다. 올림픽엔 한 국가당 두 명만 출전할 수 있다.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청야니의 랭킹은 300등 밑으로 떨어질 판이다. 그나마 지난해 성적이 좋아 58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청야니는 당장 내년 LPGA 투어 출전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박원 JTBC 골프 해설위원은 “멘탈에 문제가 있어 스윙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고, 스윙 때문에 부진한 경우가 있다. 청야니는 스윙 자체가 흔들린다. 마음이 편할 때는 공을 제대로 맞힐 수 있지만 조금만 긴장하면 무너질 수 있는 스윙이다. 멘탈이 아니라 스윙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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