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관심 떨어진 기능올림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달 19~22일 스위스 샹 갈렌에서 열린 제37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한국은 금메달 1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금메달 9개를 딴 주최국 스위스를 누르고 14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이번에 가능성과 함께 불안감을 확인했다. 기쁜 소식은 금메달을 딴 분야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조적(벽돌 쌓기).창호.석공예 등 주최국의 텃세가 심한 분야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기술 저변을 넓혔다.

반면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 있는 기계.금속분야의 성적은 부진했다. 이 분야는 역대 대회에서 평균 8개 이상 금메달을 딴 바 있고 2001년 서울대회 때는 13개 메달 가운데 10개의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었으나 이번에는 3개에 그치는 참담한 결과를 맛보았다.

이는 다른 나라가 잘해서라기보다 우리 선수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제기능올림픽이 세계적으로 단순 기능보다 기술을 중시하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공계 내지는 실업계 기피 현상 심화로 우수한 선수를 발굴할 수 없어 빚어진 결과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유럽의 강세와 대만의 몰락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은 과거보다 선수 훈련 등 준비를 착실하고 철저하게 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대만은 지난 대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와 종합 우승을 다투는 기능 올림픽의 강자였으나 올해는 금메달 3개에 만족해야 했다. 대만이 몰락한 원인이 기능올림픽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라는 대만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앞으로 한국이 기능올림픽의 강자로 계속 살아남고, 선진과학기술 입국으로 성장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학교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과 관심만이 유일한 길임을 확인했다.

이정로(한국과학기기공업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