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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홍만표 ‘전관예우’ 의혹 비켜가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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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 이어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공개 수사에 들어갔다. 이제 전관(前官)예우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홍 변호사는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과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 요직을 거친 뒤 2011년 퇴직했다. 법조·정관계 브로커로 알려진 이모(56)씨와 고교 동문인 그가 정 대표 사건을 수임한 뒤 정 대표는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홍 변호사가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수임료를 제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어제 최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홍 변호사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지켜보고 있다. 그간 검찰은 홍 변호사 수사에 미온적 자세를 보여 왔다. 이번 압수수색도 지난 3일 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1주일 만이었다. 특히 전직 검사장이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핵심 의혹이란 점은 검찰 조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검찰이 홍 변호사의 탈세 의혹만 제한적으로 조사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재 홍 변호사는 “수임료는 1억5000만원이 전부다. 정당한 변론 활동을 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무죄 추정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하지만 ‘전관’ 혹은 현직 검사가 문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비켜가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검찰은 정 대표가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고 항소심 구형량이 줄어드는 등 수사·재판 과정 전반과 홍 변호사의 연관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 구명 로비 의혹은 형사사법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만약 그 의혹 수사마저 ‘제 식구 감싸기’가 된다면 사법 시스템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검찰은 특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수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