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수퍼 사이클 징조…10년 내 원유공급 부족 시대 열릴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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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수퍼 사이클(원자재 대호황)이 시작될까. 10년 내 원유 공급 부족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해 원유 탐사 성과가 61년 만에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개발된 원유 매장량은 28억 배럴이다. 1954년 이후 최저치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유업체가 자금 압박을 받아 유전 탐사 활동이 더디다. 이는 원유 공급 부족 사태를 일으켜 유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2014년 여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저유가로 인해 에너지 기업이 유전 탐사에 드는 비용을 줄인 결과다. 유전 탐사는 투자한 자본을 단기적으로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유전 서비스 기업인 슐룸베르거의 최고경영자(CEO)인 팔 키브스가드는 “유전 탐사와 생산 부문 투자 삭감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에 따른 원유 생산량 감소가 유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에너지업체 에니(ENI)의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는 “원유업계 투자에 큰 구멍이 생기고 있다”며 “투자 부족이 2~ 3년 내 수급 불균형을 이끌며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현실화까지 5년 이상 걸리는 게 과거 패턴이다. FT는 “새로 발견된 유전 대부분이 심해에 위치했다”라며 “원유 생산까지는 평균 7년이 걸려 오는 2020년대 중반부터는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계 에너지·원자재 컨설팅사인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원유 유전 발굴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2035년에는 하루 450만 배럴 정도의 원유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이다.

우드매켄지 자료에 따르면 탐사활동 위축은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 2014년 에너지 업계는 유전 탐사에 950억 달러를 들였다. 올해는 그 절반도 안 되는 410억 달러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유전탐사 예산은 이보다 더 줄 것으로 보인다. 탐사활동 위축에도 지난해 업계가 발견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합친 전체 매장량은 소폭 증가했다. 신규 발견 유전 중 원유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점점 줄고, 가스의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4년 발견된 유전들 중 원유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35%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23%로 떨어졌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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