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 대회 참가자들에게 42인치 이상 평면TV를 선물로" 소문 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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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회 때 진행될 경축 퍼레이드를 위해 김일성 광장에 집결해 연습 중인 북한 주민들. [simokoryo 인스타그램]

6일 시작된 당 대회 참가자들은 이번 주 초부터 평양의 호텔에 묵으면서 모란봉악단 공연을 비롯한 각종 공연과 새로 건립한 시설들을 관람하며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들에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명의의 선물도 지급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당 대회 참가자 모두에게 42인치 이상 평면TV가 선물로 지급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노트북 등 가전제품들도 선물에 포함됐다는 얘기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시대 들어 첫 당 대회인 만큼 많은 비용을 들여 선물을 준비한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1980년 6차 당 대회 때보다 경제여건이 나빠져 질적·양적 수준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경제가 어려웠던 95년 당 창건 50주년 행사 때도 선물로 가방을 나눠주는데 그쳤다.

하지만 80년 10월에 열린 당 6차 대회 때는 달랐다. 당시 당 대회에 참가했던 탈북자(2000년대 후반 사망)는 “TVㆍ냉동기(냉장고)ㆍ세탁기ㆍ재봉기ㆍ선풍기ㆍ녹음기 등 ‘6기’를 비롯해 그릇과 같은 살림살이를 2.5t 트럭에 실어 당 대회 참가자들의 집에 배달했다”고 말했다. 6기는 북한에서 신부가 준비하는 혼수 품목이다. 이외에도 오메가 시계, 영국산 양복지, 구두, 속옷, 양주, 과자, 여행용 트렁크, 서류 가방 등도 선물의 일부였다. 가전제품에는 빨간색 바탕에 금색으로, 가방에는 음각으로 ‘조선로동당 6차 대회’라는 글씨를 새겼다고 한다. 선물은 선거권이 있는 대표(북한에선 결의권 대표) 3000여명에게 지급됐고, 일반 주민들은 담요, 이불, 옷감, 과자 등을 받았다. 가전제품은 주로 일본 히타치가 제조한 것이어서 80년 말엔 평양에 히타치 서비스센터까지 생겼다고 한다. 연세대 김용호(정치외교학) 교수는 “북한 지도자들의 선물정치는 물질적 지원을 통해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정책(co-optation)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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