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지방 분양시장, 대출 규제에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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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18년 초 충남 당진시에 들어서는 A아파트 단지. 대형 건설사가 짓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라 지난해 분양 당시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분양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이 아파트의 계약률은 70%에 머물고 있다. ‘잘나가던’ 지방 분양시장이 식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초기 계약률이 하락하고 미분양 물량도 늘고 있다. 공급과잉 우려에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기존 주택시장이 위축된 데 이어 분양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지는 모습이다.

아파트 계약률 전년 대비 15%P 하락
대구·광주 90%서 40%대로 떨어져
“입지 좋은 단지는 청약 꾸준할 것”

4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지방 5대 광역시와 세종시의 민간 아파트 초기 계약률(분양 후 3개월 초과 6개월까지 계약률)은 평균 82.2%였다. 수도권(78.9%)보다는 높았지만 지난해 4분기보다 13.7%포인트, 1년 전과 비교해선 15.3%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말 90%대였던 대구와 광주광역시 초기 계약률이 40%대로 뚝 떨어졌다. 충남(55.5%)과 충북(60.2%)도 저조했다. 미분양 물량도 소폭 늘었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지난 3월 지방 미분양 주택은 3만545가구로 한 달 전보다 1.4% 늘었다. 경남과 경북, 대구, 광주 등에서 많이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미분양은 6.7% 줄었다.

부동산 업계는 주택 공급이 몰리는 데서 이유를 찾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에서 16만여 가구가 입주한 데 이어 올해 16만여 가구, 내년에도 20만여 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분양 대행회사인 내외주건 정연식 부사장은 “한꺼번에 많은 주택이 쏟아지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지가 떨어지거나 분양가가 비싼 아파트의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매제한이 없는 지방(민간택지 아파트)의 특성상 투자 수요가 많았는데, 웃돈을 예전만큼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투자자들이 발을 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방 분양시장의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주택 수요가 한풀 꺾인 상황에서 신규 분양물량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 대부분이 지방에 몰려 있고 이달 2일부터 정부의 대출 규제가 지방으로 확대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다만 입지나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엔 꾸준히 많은 청약자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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