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도 납치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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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산=연합】아버지의 친구집에서 하숙을 하는 중학생이 잠자리에서 현금 3천만원을 요구하는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46시간만에 풀려나 무사히 귀가했다.
부산시 온천2동850의78 김영대씨(54)집 2층 방에서 잠자던 명성종씨(53·충남당진군합덕읍운산리298)의 장남 기섭군(14·내성중3년)이 지난29일 0시50분쯤 괴한에게 납치됐다가 30일 하오10시10분쯤 귀가했다. .
◇헙박=명군이 실종 된 이날 상오5시30분쯤 김씨집 대문안에서 3천만원을 요구하는 협박편지가 발견됐는데 김씨의 아들 상천군(16·충영고 1년)이 발견한 협박편지에는 『명선생 아들을 우리가 데리고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죽이겠다. 3천만원을 과일상자에 넣어 30일 상오6시 부산시부곡동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입구에 정차중인 택시트렁크에 넣으라. 돈을 넣고 난 3시간후면 아들을 돌려 보내겠다』라고 쓰여있었다.
2차 편지는 『죽일 놈 회개할 마음은 없이 도망갈 준비를 하느냐. 4월30일 하오5시까지 서울잠실교통회관 후문에 현금 3천만원을 사과상자에 넣어 갖다 놓으라』는 내용에 발신지가 같았다.
◇납치=명군에 따르면 지난 29일 밤 방에서 잠자고 있는데 누군가 발을 건드려 일어나는 순간 괴한 1명이 배를 두 차례 때리며 조용히 하라고 위협한 후 테이프로 눈과 입을 막은 뒤 미리 준비해온 큰 자루에 넣어 대기중이던 차량 뒷좌석에 실었다.
범인은 명군을 태우고 20∼30분 가량 어디론가 달리다가 차를 세우고 어느 집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 떠들지 말고 여기에 있으라고 말한 후 묶인 손발을 풀어주었으나 눈은 계속 가렸다.
명군은 경찰에서 차에 태워졌을 때 운전사와 다른 남자 2명이 더 타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명군은 이날 잠들었다가 다음날인 30일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청소차 소리와 교회종소리가 났으며 한참 지난 뒤 범인이 주는 빵과 우유를 받아먹었다.
범인들은 이날저녁 집에 데려다 준다면서 명군을 차에 싣고 10여분간 달린 후 차에서 내리고 앞으로 열걸음을 걸어간 뒤 눈가리개를 떼라면서 현금 2천원을 주어 지나가던 개인택시를 타고 집까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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