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경상수지 흑자 100억 달러…불황형 흑자 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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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49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경상수지는 100억9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9월(108억5000만 달러)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였다. 1분기 기준 경상수지는 240억 달러를 넘어서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규모
미국서 무역 압박 명분 우려

희소식인 듯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달갑지만은 않다.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기 때문이다. 3월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동기보다 8.1% 감소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수입은 13.9%나 줄었다.

수출 품목 중에서 석유제품이, 수입 품목 중에선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각각 39.7%, 24.3%씩 감소했다. 황상필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한국의 경우 원유를 수입해 재가공해 수출하는 산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면 원자재 수입뿐 아니라 석유제품 수출까지 함께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100억 달러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반길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으로부터 흑자를 줄이라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간한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독일·일본·중국·대만 등과 함께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황형 흑자 폭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배기형 세종대 산업대학원장은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수입이 점차 줄어들어 불황형 흑자가 장기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빠른 속도로 구조조정을 하고, 추경을 편성해 돈을 푸는 등 동시 다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3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액은 34억 달러 순매수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지난해 6월 이후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10개월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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