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국계학생 인기학과에 너무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부활절 전날 저녁이었다. 보스턴대학에서 5백여명의 한국계 학생들이 모여 재미있는 친목회를 하고있었다. 1류대학이 우글거리는 보스턴을 중심으로한 미동부지방에는 수천뎡의 한국계 대학생들이있다. 네번째의 친목회라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가 이곳에서 태어났든가, 아니면 이곳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이른바 미국화된 학생들이다.
10년전만해도 겨우 손에 꼽을 정도의 그런 학생들이 이제는 이와같은 큰 모임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수가 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마음이 든든하다. 그만큼 덜 외로와졌다.
현싯점에서 이만큼의 한국계 학생들이 생겼다는 사실, 특히 1류학교에 한국계 학생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보아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을 뒷받침한다. 다른 민족에 비해 유난히 뜨거운 한국인들의 교육열은 한민족의 높은 문화성을 입증하는듯하며 그러한사실이 크게 자랑스럽다.
그러나 한국인의 교육태도를 분석해 볼때 우리들의 교육관에 대한 반성이 다소 필요할듯하다.
한국계 사람의 교육열은 대학진출률이 높다는 사실에서뿐 아니라 1류 대학병으로 나타난다. 이런점은 한국내에서의 현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대학의 성격,자녀의 재능이나 취향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제일 유명한 학교에 넣고, 들어가자는 것이다.
같은 값이면 1류학교가 좋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사정과는 달리 이른바 l류학교와 2류학교의 구별이 순수한 교육적인 관점에서 별로 의미가 없는 미국에서까지 억지를 써 1류학교를 고집하는데는 교육적이 아닌, 다른 순수치못한 동기를 찾을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는 내용보다도 간판을, 나 자신의 내적 충실성 보다는 남들의 눈에 잘 보이려는 허세가 도사리고 있지않는가? 허영을 채우는 대학교육이 무엇을 가져오리라는것은 뻔하다. 형식보다 내용을 생각하는 교육관, 대학선택이 요구된다.
값비싼 대학교육을 경제성과 떼어 생각할수 없는 것이 현실적 사정이다. 모든 미국학생들의 경향과 마찬가지로 한국계 학생들, 그리고 그 부모들이 미국사회에서 경제성이 높은 의과·법과, 최근에는 경영학과, 그리고 자연과학, 특히 공과를 지향함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남들이야 어떻든 이러한 학과지망 경향에 대해서 한국인 일반, 이곳 한국계 부모나 학생 본인들은 다시한번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우선 생활의 안정을 확보해야함은 물론이다. 남보다, 딴 민족계보다 한국계가 경제적으로 우수하여 보다 큰집, 보다 좋은 자동차를 마련하는데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한국인의 교육적 목적이 그러한 수준에 머무른다면 한 민족으로서 그것처럼 더 허전할 수는 없다.
능력이 있고 용기가 있는 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학부형들은 물질적 가치를 다소 희생해서라도 정신적 가치를 창조하는데서 보다 높은 삶의가치를 찾아야 한다.
기술자가 되어 높은 봉급으로 안주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더 보람을 느껴야하며, 유명한 변호사가 되어 치부하는데 자족할것이 아니라 스스로 믿는 도덕적 가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싸워나가는 투사로서의 용기를 가져야한다.
사업에 성공하여 거부가 되는데 만족하지 말고 사회에 봉사하는데서 보다 궁극적인 의미를 찾아야하며,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것을 흡족히 여기지 말고 새로운 혁명적 학설을 내보자는 야심을 버리지 말아야한다.
한마디로 말해 한국인의 이른바 교육열이 한국인의 허세, 영리한 물질적 타산성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의 정신적 가치에 대한 존중성울 입증할수 있어야한다.
이런 점에서 기초적 인문교육은 극히 중요하다. 그리고 순수한 지적, 그리고 도덕적가치를 귀중히 여기고 그것을 추구하는 우리의 전통을 키워나가야한다. 새로운 학설을 세우는 한국계 학자들, 위대한소설·시를 쓰는 한국계 작가들,혁신적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한국계 예술가들, 의로운 것을 위해 앞장서서 용감하게 싸우는 한국계 투사들에 의해서 한국인의 발언은 커지고, 사회에 봉사하는 한국계 재벌들에 의해서 한국인은 도덕적인 선봉자가 될수있기 때문이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우리자신의 주인이 되고 참다운 자유를 누릴수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