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모스크바·북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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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년들어 북방관계는 평양을 중심으로 제법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김일성은 작년5월 소련과 동구를 방문한데 이어 11월에는 중공을 방문했고, 최근엔 중공의 호요방이 신의주에 와서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외무성단위에서는 작년11월 소련부외상 「카피차」와 장기간 평양에 머무르면서 북한-소련간의 현안문제들을 타결하고 앞으로 2년간 양측외상의 정례회담을 갖기로 했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최근 김영남이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이어서 소련의 「그로미코」외상이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소련과 중공이 동북아 정치무대에서 공산권내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온것은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그럴때마다 양국은 평양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온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은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북한이 개방을 모색하는 듯한 단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끌고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폐쇄체제를 유지해오면서 대남무력도발을 지속해왔다.
그같은 고립·폐쇄는 공산국가들에 대해서도 큰 차이 없었다.
이같은 북한의 체제가 83년 10월의 아웅산사건과 평양의 3자회담제의이후 도전받기 시작했다.
평양·모스크바·북경간의 빈번한 왕래가 북한의 폐쇄성과 폭력성을 어느정도 규제해 줄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주시해왔다.
이미 개방주의와 경제건설로 돌아선 중공의 북한견제는 더욱 기대를 걸만하다.
그러나 평양-북경관계를 결코 낙관만해서는 안된다. 양측은 아직도 확고한 군사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공으로서도 소련과의 경쟁때문에 북한을 외면할수 없다.
특히 양측 정상의 빈번한 상호방문은 그들이 정상회담을 정기화·연례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난번 신의주회담에서 호요방은 김일성에게 남북국회회담을 포함한 북한의 대남정책을 지지했다.
그는 또 북한과 미국의 직접대화를 주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는등 북한의 대미관계개선에도 도와줄 의향을 표시했다고 전한다.
중공이 노력한다고 해서 북한과 미국의 대화나 관계개선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같은 중공의 약속이 우리의 정책과 이익에 분명히 상충된다.
최근들어 소련은 북한에 미그-23전폭기10대를 제공했고, 중공은 신의주회담에서 군사원조를 약속한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은 북한자체의 최근 전투태세강화 움직임과 함께 우리를 긴장시키는 외적요인이 돼있다.
지금은 우리가 대내 대외적으로 보다 능률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해야할 시기다. 안으로는 국민적 합의를 이룩하고 밖으로는 미국·일본등 우방과의 보다 긴밀한 유대강화를 통하여 북방에서 오는 도전을 강력히 극복해 나가야할 때다.
정부와 정당들의 현명한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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