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의 문제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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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민우신민당총재에 이어 국민당의 이만섭총재가 연설을 함으로써 3당대표의 국회연설은 끝났다.
신민당 이총재의 연설은 그동안 야당이 펴온 주장을 망라한것으로 직선제개헌안을 이른바 「민주화3원칙」인 마지막 목표로 설정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헌법개정 특위의 구성을 제의한것이 가장 두드러진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진정한 평화적 저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하기위해서 개헌이 불가피하다고한 신민당의 주장은「호헌을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의 실현」을 역설한 민정당의 입장과 정면으로 상치되는것임은 두말할나위가 없다.
그것은 다시말해 시국에대한 여야의 시각이나 평가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총재의 연설은 모든 현안에 대한 신민당의 입장을 지난 총선결과에서 추출하면서 그처방으로 일관되게「민주화」를 제시하고있다.
2·12총선결과를「평화적 민주혁명」을 이룩하라는 엄숙한 명령이었다고 평가한 이총재는 개헌을 비롯, 장내에서의 대화정치·안보관·광주사태등 모든 문제에서 민정당 노대표와는 날카로운 견해차를 보였으나 접근태도는 신중했다는 인상을 준다.
우리는 그와같은 신중한 접근태도에 특히 주목하고자 한다.
정치규제에 의해 정치권밖으로 밀려났던 정치세력이 장내에 들어오면서 처음부터 어떤 접근점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장내에서의 대화정치문제나 광주사태는 물론 안조의 방법론에서도 여야의 견해차는 당초예상을 뛰어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안보문제에 대해 민정당이「민주화논쟁」이 안보에 유해하다는 인식을 갖고있는데 반해 이총재는 민주화야말로 최상의 안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같은 여야의 시국에 대한 인식차를 좁히는 것은 물론 손쉬운 일은 아니다. 국민들이 막연히 느끼는 불안감도 바로 거기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는 지혜, 그것이 지금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절실한 바람일 것이다.
상대방이 있고 그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해주려면 양보와 타협을 익히지않으면 안된다. 미리 한계를 정해놓고 그이상은 절대로 양보할수 없다고 못박는 일도 안될 일이지만 한꺼번에 많은 것을 성취하겠다고 무리를 하는것도 사태를 호전시키는 구실은 못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권당의 마음가짐이다. 뭐니뭐니해도 정국을 주도해야할 책무의 대부분은 민정당에 있기 때문이다. 정국이 경새되고 대결로만 치달아 반사적인 이득이 돌아올것처럼 여기는 일같이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정치인들은 그동안 억제당했던 사회적 요구를 겸허하게 경청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우리는 여야대표가 자당의 원칙을 천명하기 위해 목청을 높이면서도 타협의 여운을 남기고 있는점이 앞으로의 정국전개를 위한 청신호였으면 한다.
여야의 견해가 어떻든 총선결과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독주없이 팽팽한 균형속에서 모든 문제를 순매로 풀어나가라는 국민적 요구라고 풀이할수 있을것이다. 이같은 국민의 뜨거운 여망을 의식한다면 풀어야할 과제가 비록 아무리 어려워도 정치적으로 못할일은 없으리라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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