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부장판사, 정운호 대표 측근과 일식집에서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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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항소심 재판장을 상대로 구명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대표의 측근인 50대 남성 이모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의 L부장판사와 일식집에서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L부장판사가 정 대표의 원정도박 2심 사건을 배당받은 당일이었다.

L부장판사는 “이씨가 저녁 자리에서 정운호 도박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2주 전에 잡혀있던 약속이었고 사건 배당 사실은 자리에 참석할 때까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음날 법원에 출근해 사건을 검색해보고 즉시 재배당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당시 정운호 항소심 사건을 재배당한 일에 대해 26일 보도자료를 냈다. 중앙지법은 보도자료에서 “L부장판사가 배당 사실을 모르고 정 대표의 지인을 만나 사건 관련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재판의 공정을 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 측은 L부장판사 외에 다른 판사들에게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 K부장판사에게도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며 청탁을 했고, 재배당 사건을 맡게 된 J부장판사 측에도 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구명 로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씨는 과거 건설업에 종사하며 법조계 인맥을 넓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법조인들이 평소 이씨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아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 대표의 가족들은 “정 대표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인물들이 악의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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