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의 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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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경찰이 외국인 지문 채취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우리 재일동포 한사람을 구속한 사실을 접하고 우리는 깊은 충격을 금치 못한다.
오는 7월과 8월에 일본은 외국인 등록을 경신하게돼 있고 우리동포 37만명이 또다시 지문채취를 강요당할 판이다.
우리 동포들의 지문거부와 일본익 구속 강행이 반복 될 경우 일본의 사회문제 측면에서나한일 양국의 선린적 측면에시 심히 불행하고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일본 경찰의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구속된 이상호씨(28)의 경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이 없고 따라서 구속될 만한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더우기 지문문제는 이미 한일간에 거론되어 왔고 곧 일본이 어떤 조치를 취하려 하고 있는 단계에 관계관청의 고발이 없는데도 일본 경찰이 이씨를 전격적으로 구속한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우리 재일동포는 일본내의 다른 외국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일본에 의해 전쟁수행의 필요에 따라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이거나 그 후손들이다.
베르사유조약을 포함한 여러 국제법규에는 「주소지 영유국 국적 추정원칙」과 「국적선택 원칙」이 명백히 규정돼 있다.
이같은 법이론에 따라 이탈리아에 있는 이디오피아인이나 프랑스의 알제리인, 독일의 폴란드인과 마찬가지로 우리 재일동포도 주소지국의 국적선택은 물론 그나라 국민과 똑같은 법적권리와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다른 외국인과 똑같이 취급하여 5년마다 지문을 강요할 뿐아니라, 납세를 포함한 모든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공직 취임및 취업 기회 봉쇄, 연금혜택 거부등 부당한 조치를 취해왔다. 일본의 「외국인 등록법」이야 말로 비인도적이고 민족 차별적이며 국제화 추세에 역행되는 낡은 법규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국민이나 외국인이 똑같이 한번만 지문을 채취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일본은 자국인에게는 범죄자 이외에는 지문 채취를 안하면서도 외국인에 대해서는 범죄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지문을 강요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오래전부터 아시아의 연대를 외쳐왔고 최근에는 태평양시대를 내걸고 있다. 한인동포 체포는 그같은 일본인들의 소리가 얼마나 허황된 모순인가를 실감케 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일본은 작년 9월 전두환대통령 방일때 우리동포의 법적 지위와 처우 문제를 성실히 개선해 나갈것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나도록 하나도 개선된 것이 없다.
외무부는 이 문제를 일본 정부에 대해 강력히 제기하여 조속한 타결을 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국회도 마차가지다. 한일의원연맹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서로 오가며 파티만 열것이 아니라 양국의 현안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도록 정부에 협력해야 할것이다. 특히 일본의 외국인등록법과 같은 악법의 개정은 일본의회의 소관인 만큼 국회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기여가 있어야 할것이다.
일본은 이상호씨를 즉각 석방하고 부당한 지문 채취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라.
그것은 수교 20주년을 맞아 양국의 선린과 협력을 재확인하는 제1보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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