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전<서울대 사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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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번 문제와 같은 상식적인 문제는 역설적 표현이나 오히려 상식론을 뒤엎는 논조를 폄으로써 효과를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김성건군의 글은 변칙적 방법보다는 차분하게 정공법을 펴서 글 전체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김군의 글의 장점은 우선 빈틈없는 글의 짜임에 있다. 그의 글은 ①민족의식이 대두된 유래 ②민족주의에 대한 정의 ③민족주의의 병폐 ④사해동포주의의 강점과 그 실현을 위한 선결조건 ⑥민족주의와 세계주의의 관계등 순서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김군은 민족주의의 대두시기를 근대이후로 잡음으로써㈎,「서구사=세계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썼다는 인상을 줄수 있다.
다시말해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국사나 동양사의 시각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또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와의 관계와 함께 사해동포사상의 출처에 대한 언급도 필요할 것 같다.
구한말의「위정척사론」을 민족주의가 그릇된 방향으로 흐른 예로 제시한 것㈏에도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말투가 강하여 너무 힘이 들어간 느낌이 있는바,「…에 있어서」와 같은 말의 사용은 되도록 피하는게 좋겠다.
송한섭군의 글은 지금의 세계 정세나 우리나라 형편으로 보아 세계주의는 실현성없는 이상론에 불과하므로 민족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단락구분이 제대로 안된 곳이 눈에 띈다. 에서 단락을 나눠 그 도입과 본론을 구분짓고 에서 새 단락을 시작, 결론을 유도했어야 옳았다.
그밖에도 ㈏는 ㈑에서도 되풀이되므로 이중 하나를 다른 말로 바꾸어 문단간의 관계를 정리하는게 좋다. ㈐또한 민족주의 그 자체가「과제」가 될수는 없으므로 그「실천」이나 「추진」으로 바꾸면 좋을듯. ㈒의 이념을「완성시킨다」는 말은 이념의 체제를 정비한다는 뜻으로 오해될 우려가 있다. ㈔도 ㈒에서와 같은 뜻에서 문제가 된다.
㈕에는 주어가 없고, ㈖는 맞춤법에 어긋나므로「이루어지려면」으로 고쳐야 한다. ㈗와 같은 어색한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와 ㈓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겠으나 추상적이고 어려운 단어로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
이번 응모작품 중에 서울 홍제동 이국군의 글이 비교적 시야가 넓고 논조가 견실했으나 제한 자수를 훨씬 넘어 실격돼 선에는 오르지 못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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