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북 관광상품 중 택일하라” … 지린성 여행사들에 통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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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2 면

중국 정부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관광업에 대해 사실상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 당국에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범위를 넘어서는 독자적 제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지린(吉林)성 내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한국과 북한 양쪽에 대한 관광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중국 여행사들에 ‘둘 중 한 곳만 선택하라’는 중앙정부 당국의 통지가 최근 하달됐다. 이 소식통은 “통지를 받은 여행사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이윤이 적은 북한 관광상품 판매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통지의 하달 시기는 지난달 2일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가 채택된 이후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북한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판단된다”며 “중국이 2270호 이외에 북한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 이번 통지는 중국 중앙정부가 하달한 것으로 지린성 외 다른 지방 정부에도 내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지금까지 2270호 내용 외 중국의 대북제재는 확인된 바가 없었다.


중국 정부의 조치는 최근 주선양(瀋陽) 한국총영사관이 지린·랴오닝(遼寧)·헤이룽장(黑龍江)성 내 52개 여행사에 대해 한국 비자 접수·교부 대행 업무를 잠정 정지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52개 여행사도 북한 관광상품을 함께 취급하던 업체들이었다.


이 밖에도 중국 정부의 대북 압박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린성 정부가 중국 체류 북한 노동자들의 3년 만기 비자를 사실상 자동 연장해 주던 관행을 깨고 연장을 거부하는 사례가 최근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현지에선 2012년부터 여름철에 주 2회 운항해오던 옌지(延吉)-평양 간 고려항공 관광 전세기 사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전반적인 북한 옥죄기에 따라 동북지방에서 북한과 북한인을 상대로 관광·무역업 등을 벌이는 조선족과 중국인들 사이에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고 현지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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