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관 105.6캐럿 다이아 ‘코이누르’…인도 “빼앗긴 게 아니라 선물로 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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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다이아몬드가 박힌 영국 왕관. 하단에 동그랗게 빛나는 것이 105.6캐럿 ‘코이누르’다. [중앙포토]

영국 왕비의 왕관 한가운데서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코이누르’다. 105.6캐럿으로 페르시아어로 ‘빛의 산’이란 의미다. 인도·파키스탄·이란 등 왕가의 보물이었으나 1849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건네졌다.

정부가 나서 강탈론 공식 반박
“윌리엄 부부 방문이 영향 미친 듯”

인도 정부가 18일(현지시간) 코이누르의 이전 과정을 두고 영국에 선물한 것이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란지트 쿠마르 인도 법무차관은 이날 대법원에 출석 “19세기 인도 펀자브 지방에 시크 제국을 세운 란지트 싱의 후손이 자발적으로 코이누르를 영국에 준 것”이라며 “도난당하거나 강제로 빼앗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도에선 그동안 코이누르가 강탈당한 것이란 주장이 강했다. 이 때문에 2010년 인도를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코이누르 반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인도의 한 시민단체가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날 인도 정부 입장이 나온 건 법원이 8일 정부의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인도 정부는 영국에 대해 반환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인도 내에선 지난주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부인 캐서린 빈의 인도 방문이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코이누르는 13세기 인도의 남부에서 채굴됐다. 원래 793캐럿이었다. 이후 가공 과정에서 186캐럿으로 줄었다. 코이누르는 소유하면 세계를 지배한다는 전설로 인해 동남아시아 정권들 사이에선 말그대로 쟁탈 전쟁이 벌이지곤 했다. 남성이 코이누르를 가지면 저주를 받는다는 속설도 만들어졌다.

영국 왕실로 건네진 후엔 여성들이 사용했다. 1852년 105.6캐럿이 됐으며 193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친인 왕대비 엘리자베스 왕비의 왕관에 자리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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