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송 전 민한총재 인터뷰 | 정치인들 소신이 이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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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너무 소신이 없어. 내가 뭐 잘한게있어 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5일낮 올림피아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유치송 전민한당총재는 소나기에 쫓기듯 흩어져버린 「옛동지」들에 대한 아쉬움과 원망, 그리고 창당총재로서의 회한이 교차하는듯 잠시 할말을 잊었다.
『 그래도 누군가 남아 당을 수습할줄 알았는데...』말끝을 채 맺지못하면서 세태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다들 떠났는데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아직 당간판이 그대로 있는데 누구고 챙겨야 하지않겠어. 아주 내려버렸다면 몰라도』
그렇다면 간판을 계속 지키겠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당을 만들고 4년간 총재로 일해왔으니 모양있게 마무리를 하자는 것이죠. 야당통합은 내 일관된 생각인데 굳이...』
대세에 따라 신민당에 합류하는게 마땅한 일인줄 알지만 그래도 한때 제1야당이었던 민한당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떠날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지금이라도 당대당의 합당절차를 밟도록 시도할 생각은 없으신지.
『내가 당대표도 아닌데 이러고 저리고할 입장이 아니에요. 더욱 저쪽 (신민당) 이「합당」을 거부했다는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어떤 형식으로라도 모양을 갖추는데 힘을 모아야겠지요』
-탈당인사들이 신민당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을는지요.『이쪽이 일방적이긴 하지만 합당선언을 했으니 저쪽도 그점을 감안해 줄는지 걱정이예요. 당대당으로 비록패한 측이지만 당당히 임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벌써 「입법의원」 은 곤란하다느니 어쩌니 한다지 않습니까』
-그렇다띤 유총재가 맡아추진했다면 나아졌으리란 얘기십니까.
『내가 당권을 잡았더라도 일찍 떠날 사람은 떠났을거예요. 그러나 이토록 처참하게 흉한 몰골을 보이지는 않았겠죠. 당을 살리고 어쩌고하던 사람들이 자존심하나 없이...』
사전 말한마디없이 떠나간사람들을 볼때 정치의 무상함과 인간적 비정·배신감을 느낀다고 다시한번 되씹었다.
-지금 정국을 어떻게 보십니까
『저쪽 (민정당) 사람들이 정치를 모르는것 같아요. 자기들 생각대로만 일을 처리하려드니. 남의 말을 경청하고 협조적자세로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한번 마음먹은대로만 나가려 드는 경향이 있단 말입니다. 그런면에시 신민당도 힘이 들겁니다』
지난 4년간 원내교두보를 확보 노력해온 민한당이 비난의 대상만이 될수없다고 말한 유씨는 민한당이 「잘 정리」되면 이민우총재가 정치규제중 산을 찾았던 것처럼 등산이나 하며 조용히 지내야 할것같다고 했다
민한당문제가 당장 해결될것 같지는 않으니 무소속의원석에 앉아 있어야 할것같고 그것이 걱정이라면서도 표정은 평소처럼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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