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성의 보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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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은 웬일인지 우리측의 남북회담제의를 받아들여 5월하순에 경제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열기로 했다. 명분도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이들의 변덕은 불쾌하지만 다시 한번 기대를걸어본다.
멀리는 72년 7·4남북공동성명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체험한 바로는 북한측의 신뢰회복이「민족적 시기」 의 관건이 된다. 그 사이 북한이 기도해온 땅굴파기, 무장간첩침투, 아웅산 테러등 수많은 배신적 도발행위를 서슴치 않아왔음을 우리국민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요즘의 일로는 작년9월 그들이 이른바 수해물자를 보내준 이후 성숙했던 대화무드도 우리가 몇년동안 연례행사로 실시해온 팀스피리트훈련을 핑계로 무산시킨데서 그들에 대한 불신감과 회의를 가중시킬 뿐이었다.
더구나 북한은 휴전선에서 병력을 전진배치하면서 지하기지를 보강하고 있는가 하면 제3세계 혁명세력들에 대한 테러지지를 멈추지 않고있다.
필경 이번 회담의 수락은 그들이<합영법이나 개방정책이니를 내세워 한국은 물론 자유세계에 평화의 추파를 던져 경협증진을 꾀하는 속셈이 엿보이며 게다가 랭군암살폭파사건으로 실추된 국제적 이미지를 회복하고 난국에 부닥친 국내경제를 타개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대화와 교류를 위해 끊임없이 인내하며 노력해온것은 남북이 결코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적대할수 없는 한민족 한핏줄이며, 분단에 의해 일어나는 모든 비극은 극복되야하기 때문이다. 분단과 적대로 생기는 국력의낭비와 민족동질성의 상실을 막고 상호 실체를 인정하면서 노력과 화합을 도모하자는데 남북대면의 목적과 의미가 있는것이다.
휴전선의 긴장이란 어떻게 보면 참 우습고 어린아이의 심통같은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을 인정햐고 양쪽에서 여유있는 부분을 상대편에게 도와주고 서로 왕래하며 믿고살면 그만이 아닌가. 분단을 영구화하여 그 상태 자체를 이용하려는세력의 작용으로부터 우리는 벗어나야한다. 그리하여 우리민족 스스로가 우리의 앞길을 선택하고 개척하며 이루어 나가야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함께 터득해야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이 자주 만나 터놓고 얘기를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그러는 가운데 신뢰를 쌓아야한다. 생트집만 부리고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면서 대외적인 평화선전만 일삼는다면 이는 역사와 민족을 배반하는 결과만을 가져오고 말것이다.
북한측은 지난날 보여왔던 표리부동한 자세를 일신하여 민족적 대화와 화합의 길에 성심성의를 다하는 노력을 보여주기를 다시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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