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용 의장 "94년 북핵위기 한국정부 모르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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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관용(朴寬用.65) 국회의장이 다음주 자서전 '나의 삶, 나의 꿈 그리고 통일'을 출간한다. 여기엔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으로 겪었던 비화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1993~94년 1차 북핵위기 때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려 했던 상황 등에 대한 회고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朴의장은 9일 KBS 라디오에 출연, "당시 미국이 안보회의를 열어 병력 증파.항공모함 배치를 결정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우리 정부는 그런 상황을 소상히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긴장고조 상황에 대한 정보를 다른 루트를 통해 입수했다는 것은 되돌아봐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朴의장은 "당시 청와대 정종욱(鄭鍾旭)외교안보수석이 미군이 (전쟁을 위해) 소개(疏開)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또 "金대통령의 항의에 미국 측은 처음엔 '핵을 가진 사람과는 악수하지 않겠다. 왜 미국의 조치에만 항의하느냐'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朴의장은 내년 5월 국회의장 임기가 끝나면 정계를 은퇴할 방침.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그는 "은퇴하면 봉사활동으로 여생을 보내겠다"며 '아름다운 퇴장론'을 재확인했다.

그는 평소 "다시 당으로 돌아가 공천을 받고 출마할 생각을 갖고 있으면 의장으로서 국회를 중립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朴의장은 부산 동래고와 동아대를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상고를 나왔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부산고를 나왔다. 결국 세 사람 모두 부산출신이다.

게다가 朴의장은 盧대통령과 YS총재 밑에서 같은 당(통일민주당)을 했고, 崔대표와는 같은 나이로 친구 사이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과 야당이 격돌할 때 의장으로서 조정.중재역을 맡겠다는 생각이다.

朴의장은 67년 이기택(李基澤)전 의원 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81년 11대 총선 때 부산 동래구에서 민한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다. 이후 같은 지역에서 내리 6선을 했다. 85년부터 92년까지 7년 동안 남북국회 예비회담 대표를 지내는 등 통일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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