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임자없는 U대회조직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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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4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체육실무회담이 끝나고 대구U대회 조직위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회담에 참가한 조직위 고위 관계자는 합의서에 명시되지 않은 응원단 숙소와 관련, "대구은행 연수원으로 정해졌다"고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8일 오전까지도 "어림없는 얘기"라며 모 대학 기숙사를 거론해 취재진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흔히 '임자없는 나룻배'에 빗대지는 대구U대회 조직위의 현주소가 드러난 해프닝이었다.

2년전 출범한 U대회조직위는 중앙부처와 대구시 및 관련기관에서 파견된 인력의 모자이크다. 발족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문화부 등 직접 관련 부처 외에도 저마다 자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전문성은 물론, 구심점도 없어 입장권 판매 등 정작 중요한 일은 대구시에 떠넘겨진다.

그러나 지하철 참사에 따른 '대구지원' 분위기로 예산 지원은 거의 요구대로 확보돼 실효성도 없는 외부용역 중심의 사업들만 벌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휘장사업은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와의 개최지 결정계약서에서 조직위가 직접 수행키로 돼 있으나 작년 6월 대행사 선정 과정에서 대행요율을 과다 산정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방만한 예산운용은 통상 전체 예산규모의 1% 안팎인 예비비를 5%나 잡아놓은 데서도 나타난다.

짧은 기간에 생긴 내부 파벌도 일을 꼬이게 한다. U대회 관련 용역업체의 한 관계자는 "조직위를 출입하려면 담당자가 어느 라인인지 알아야 한다"고 전할 정도다.

조직위 안팎에서는 '서울에서 내려온 직원은 주말이나 주초 유난히 서울출장을 많이 신청한다'든가, '어느 부서는 벌써 훈.포장 대상자를 안배하고 있다'는 등의 말도 흘러나온다.

대구U대회는 대구를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세계인들 앞에 당당히 성공시켜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수천억원의 혈세를 위임받은 조직위는 국민에 보답한다는 자세로 심기일전해야 하지 않을까.

정기환 전국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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