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협업으로 만든 ‘국민 식생활지침’널리 활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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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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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먹거리에 열광하고 즐기는 소위 ‘미식쇼’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식은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팍팍한 삶에 윤활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미식을 넘어 잘못된 음식관련 정보가 넘쳐나고, 이 정보가 국민을 현혹하는 것을 보면 두렵기까지 하다. 잘못된 식생활은 우리의 건강문제로 직결된다.

그렇다면 정보 홍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고 따라야 할까. 믿을만한 식생활 가이드라인은 없을까. 식생활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므로 개인이나 민간에서 통일된 지침을 제시하기 어렵다. 어떤 지침이 제시되느냐에 따라 식품회사나 제약사 혹은 관계인의 이익이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가가 주도한 공공 개념의 식생활지침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관련 부처가 참여해 국민이 지켜야할 식생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하고 때마다 개정하고 있다.

우리도 농림축산식품부나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에서 각 부처별로 식생활지침을 제시해왔다. 해당 부처의 입장만 고려한 식생활지침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식생활지침은 건강과 질병예방을 중시하는 보건복지부 지침, 식품위생안전을 중시하는 식약처 입장, 그리고 우리 농산물 이용 등의 농림축산식품부 입장이 고루 반영돼야 했지만, 그동안 부처 이기주의에 갇혀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올 들어 부처 협업을 통한 ‘국민 공통 식생활지침’이 마련됐다. 이는 세계적 이슈인 식량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특히 쌀 소비가 줄어 국내 먹거리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쌀을 중심으로 한 잡곡 먹기와 아침밥을 먹는 것을 새롭게 제안했다. 서구식생활 증가로 만성질환이 증가하는 건강문제를 한국형 식생활을 통해 해결하고 국내 먹거리 기반도 지키자는 것이다. 최근 가정 내 어린이 학대나 가정폭력 위기감도 가족식사 횟수를 늘려 가족관계 회복으로 극복될 수 있다. 기존의 건강과 식품안전 등을 강조한 식생활지침에서 최근의 먹거리 문제를 반영한 새로운 식생활지침이 탄생한 것이다. 박수를 보낸다. 이번 국민 공통 식생활지침은 다음과 같다

1. 쌀·잡곡, 채소, 과일, 우유·유제품, 육류, 생선, 달걀 등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자. 2. 아침밥을 꼭 먹자. 3. 과식을 피하고 활동량을 늘리자. 4. 덜 짜게, 덜 달게, 덜 기름지게 먹자. 5. 단 음료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자. 6. 술 자리를 피하자. 7. 음식은 위생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마련하자. 8. 우리 식재료를 활용한 식생활을 즐기자. 9.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를 늘리자.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식생활지침의 근거 기준인 과학적 근거의 데이터수집, 실천을 위한 효율적이고 다양한 식생활교육이 꾸준히 개발·보급돼야 한다. 부처 간 협업의 결과물인 국민 식생활지침이 잘 활용되고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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