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수평선 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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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누구의 소세 제목같다. 미국 초작가「유진·오닐」의『수평선 너머』.
바로 그 제목과 똑같은 이름의 레이다가 일본 방위청에 의해 내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한다. OTH 레이다. 「초수평선(Over the Horizon)레이다」의 약자.
작가「오닐」은「비욘드」(beyond)라는 단어을 썼지만 이 레이다는「오버」라는 동적인 표현을 썼다.
아뭏든 군용기재 치고는 로맨틱한 이름이다.
OTH의 원리는 뇌리층에 의한 전파방사를 이용해 수평선 너머까지 초원거리를 넘본다는 것이다.
전리층은 대기의 상층부에 현저히 전리되어 있는 공기의 층으로 여기에 전파를 반사하면 마치 거울에 빛이 반사되듯이 그 전파가 목적한 곳으로 반사된다. 무선전신의 원리다.
그런 전리층은 여러층이 있어서 고도 90㎞이하를 D층, 그 이상을 E층, 2백∼4백㎞ 되는 곳을 F층이라고 한다.
전파 중에서도 중파는 E층에서, 단파는 F층에서 반사된다. 어떤 뇌파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쓸모와 작용을 찾을 수 있다. 종래의 레이다는 마이크로피를 이용했다.
일본이 새로 배치한다는 OTH 레이다는 단파를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여기에 전파의 진동수(헤르츠)를 조작해 미묘한 효과를 얻는 모양이다.
종래의 레이다는 탐지거리가 4백㎞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OTH 레이다는 1천∼4천㎞거리까지 내다볼 수 있다.
일본은 이 레이다를 통해 오호츠크해, 시베리아 연해주 등 소련의 안방과 창고 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된 셈이다. 그쪽에서 미사일이라도 발사되면 적어도 3분 이내에 그 사실을 레이다 쪽에 알려온다.
일본은 이미 83년 소련 공군에 의한 KAL기 격추사건때 레이다망의 실력을 과시했었다. 미국의 레이다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귀와 눈의 구실을 했었다.
문제는 정보의 탐지 능력 못지 않게 그 정보의 활용에 있다. 일본이 그런 정보를 다만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서 이용한다면「자유세계의 평화」라는 관점에선 별로 평가할 일이 못된다.
더구나 아시아의 최전방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레이다 정보는 필수적이다. 일본은 이런 점에서도 우리나라와는 평화의 협력자가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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