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0)제82화 출판의 길40년(3)-출판경향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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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혹자는 해방 후 3,4년간의 출판 경향을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나누고 있다
1945∼46년 9윌 까지=정치사상에 관한 팸플릿시대.
l946년 10월=만화·교과서·참고서·영어책의 혼합시대.
l947년=시집·유행가집, 그리고 좌익서적의 난무시대.
1948년=한영사전·영한사전·한글사전시대.
이 같은 출판 경향은 출판이 곧 현실사회의 반영이라는 말을 여실히 반증하는 것이다.
해방 후 1년간 출판의 특징적인 경향을 살펴보자. 50면 내외의 얇은 사륙판 크기의 팸플릿이 많이 나왔는데, 이들은 주로 사회주의 또는 민주주의 등 정치사상에 관한 내용으로 5원 안팎의 싸구려 책이었다. 이 같은 팸플릿은 서점 안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우왕좌왕 하는 군중들에게 직접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물론 이와 같은 책을 내는 출판사는 거의 소재가 불분명하였다.
이들 팸플릿 이외에도 1949년 초에 나온 해방 후 4년간의 종합도서목록에 의하면 45년과 46년 사이에 나온 정치사상 관계 도서는 좌익계서가 대종을 이루고있다
이때 양심 있는 출판인들은 좌익정치서적의 범람 현상을 우려하고, 스스로 자제하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것이 조선출판문화협회가 결성되는 계기를 이룬다. 1947년 3월15일 하오 l시YMCA강당에서 1백32개 출판사의 대표가 모였다.
이 조선출판문화협회 결성의 경위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그때 나온 아동도서의 평균 면 수는 1백 면 내외, 정가는 해마다 상승 일로의 추세를 보였다. 그 무렵의 인플레 현상은 아주 심했고, 인쇄용지 사정 역시 극히 불투명하여 바로 내일의 사태조차 예측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들이 인쇄할 때 정가 난을 비워 두였다가 판매할 그때그때 고무도장으로 정가를 표시하여 찍는 버릇이 있었다.
1945년부터 1948년 사이에 아동도서를 많이 출판한 대표적인 출판사로는 정음사와 조선 아동문화협회(을유문화사 직영)·연문사를 들 수 있다. 정음사편인 조선아동문고 제1권은 최영해역으로 『이솝이야기』인데 l백14면,1946년 발행, 정가 오원이었으며, 조선아동문화협회 편인 『소학생 모범작문집』은 49면, 1946년 9월 발행으로 정가 15원이었다. 또 그로부터 2년 뒤인 1948년에 발간된 동문사의 『성웅「간디」부』은 80면에 1백10원이었다. 이들 책값의 변동만 보더라도 인플레로 인한 정가의 대폭인상을 알 수 있다.
그 당시에 우리말로 조판·인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인쇄소가 극히 적었다. 신문사 시설로는 매일신문· 경향신문사가 있었고 한성도서인쇄부· 협진인쇄소· 서울인쇄· 대동인쇄· 단식인쇄·보진재·청구인쇄· 고려문화사 인쇄부 등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이 가운데 단식인쇄와 협진인쇄소·고려문화사 인쇄부 등은 일본인이 경영하던 업체였다.
또한 이때는 국문활자가 부족해서 활자와 자모의 제조업이 한몫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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