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박연신「풍남동」한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어려서 뛰놀던
툇마루 너른 대청
풍남동 은행나무 집
그 바로 옆의 기와집
춘향목 대들보 받쳐
일렁이던 한옥 한 채.
피마자 기름으로
쪽 머리 고우시던
가리마 흰 어머님은
청국장을 끊이셨고
모란 꽃 가득한 채전은
늘 황홀한 꿈이었다.
안 방의 아랫목에
엎디어 책을 보면
우리 집 외할머닌
색동옷 지으셨고
미닫이 각장 장판엔
먹감나무 문감 무늬.
빛 바랜 기왓골에
잔설이 필 무렵이면
세월이 다 타서
한 줄기로 사라지고
섬돌엔 스란치마가
버선코에 이끌렸다.

<약력>
▲1942년 전주출생
▲60년 전주여고 졸업
▲64년 숙명여대 국문과 졸업
▲84년 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당선
▲85년 시조집 『산목련 이야기』출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