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의 두 작가, 「인간비극」주제 소설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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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견작가 최상규씨와 유익숙씨가 최근 각각 장편소설 『나방과 거품』 『아벨의 시간』을 내놓았다.
최씨의 『나방과 거품』은 세계의 지성인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인물과 사건을 모델로 하여 쓰니 작품으로 야수적 인간형을 다투고 있고, 유씨의 『아벨의 시간』은 우리의 분단에 의한 비극을 특이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품으로 주목된다.
최씨의 『나방과 거품』은 두 작품 「캄팔라의 향연」과 「나방과 거품」을 담고 있다. 「캄팔라의 향연」은 60∼70년대 초 아프리카 우간다대통령 「이니· 아민」의 행적에서 소설을 구성했다.
최씨는 「이디·아민」의 행적이 잔인하고 비이성적이면서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비쳐진데 대해 소설에서는 그러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생생한 삶의 질곡이 어떠한 것인지, 그 비극의 실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를 인간들의 일로 파악하여 작품으로 형상화시켰다.
「나방과 거품」은 77년 6백여 명의 신도를 이끌고 가이아나에 정착한 신흥종교 「인민사원」의 교주에 의해 6백여 명의 신도가 모두 집단 자살했던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한 사람의 망상에 의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게되는 것, 자신의 파멸이 동시에 남의 파멸을 불러온다는 것이 이 작품에서 나타난다.
두 작품은 결국 집단을 빙자한 허위가 지도자들에 의해 자행될 때 그 힘이 크면 클수록 인류에게 큰 파멸을 가져온다는 진리가 담긴 것이라고 정현기씨(문학평론가)는 지적했다.
유익숙씨의 『아벨의 시간』에는 6·25 때 피납되어 북한에 갔다가 7년만에 탈출해 온 사람이 남한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는 특이한 상황이 전개된다. 그는 사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오랜 감옥살이에서 석방된 주인공은 자기의 생이 완전히 망쳐진 것임을 알고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감옥으로 가려고 범죄를 저지른다.
이 사랑을 담당한 변호사는 그가 죄인이 아니며 다만 이사회가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여 법정에서 그의 인간회복은 주장하나 실패한다. 분단의 희생은 엄연히 아직까지도 우리의 속에 남아있다는 것을 유씨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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